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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Nov 27. 2021

밥값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밥값

/ 담쟁이캘리




주린 배를 움켜쥐고
먹고픈 음식 머릿속에 줄 세워도
빈털터리는 소문난 맛집 앞에
줄 서지 못함을 알았네


종일 바삐 움직여도
영 주워 담지 못해 아무런 것 없는

텅 빈 수레는 배불릴 한 끼
밥값조차 못함을 알았네


싹 비운 그릇마저도

제 값을 치러야 마주할 수 있는
밥값 지불한 자에게 허락된
호사라는 사실을 알았네


주어진 값을 치르고
먹고픈 음식 중에 고르고 골라
두둑하게 배 채운다 해도
돌아서면 다시 허기져



주어진 삶 사는 내내
매 끼니마다 굶주리지 않으려
밥값 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는
숙명을 타고났음을 알았네


주린 배 채우는 한 끼 밥값
고작 몇 푼이라도, 그와 맞바꾼
억겁의 시간은 무엇으로도
때울 수 없음을 깨쳤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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