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캘리 Nov 04. 2021

날 것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날 것

/ 담쟁이캘리




갓 끌어올린

싱싱한 것에 취해



날것 그대로 삼키다가

꼼작 없이 탈이 났다



새 없이 팔딱대는 모양만 보고

날것 그대로 무턱대고 삼키다

기어이 탈이 났다



적당한 온기로 농익었을 때

찬찬히 음미해야 하건만

섣불리 삼킨 말들이



갓 끌어올린

활어처럼 펄떡대다



무르익지 않은 날것이

속 시끄러이 헤집어



뼈 없다고 안심하고 삼킨 말들이

가시가 되어 이곳저곳 찔러

마음에 탈이 났다



서서히 무르익어 갈 때

찬찬히 음미해야 했음을

서둘러 삼킨 말이든



무어든 알맞게 고루 익혀야

탈 나는 것 없이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무심코 앉아먹는

밥상머리에서 배웠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속 비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