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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Aug 31. 2020

갈등

말 줄여버린 마음 : 빈 말의 의미




갈등

/ 담쟁이캘리




서로 등을 맞대고 앉은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
마주한 등에도 온기가 있음을 알았네



서로 등 돌리면
마음도 돌아서는 줄 알았건만
마주한 등도 버팀이 될 때가 있었네



등 돌린다고
다 부딪히는 게 아니었네



마주한 마음이 삐딱선 탈 때
경로를 이탈한 마음이, 반대편에서
무턱대고 열심히 달리던 마음과 부딪힐 때

그때가 진짜 충돌이지



한 치 앞도 모르고 열심히 걷다
갈 곳 잃은 마음이 막다른 길을 만나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그때가 진짜 갈등이지



등 돌린다고
다 부딪히는 게 아니었네



돌아선 두 사람의 모양이 아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의 방향이
돌아설 때 사고가 나는 거였네




인생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와 같다는 말이 있다. 한데, 극에서의 갈등은 클라이맥스를 만나 멋지게 화해하는 길로 가는 데 반해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인생에서는 준비된 화해의 결말은커녕 새로운 갈등이 난무하다. 등 돌린다고 해서 다 부딪치는 걸까. 마주하고 있다 해서 과연 모두 내 편이라 할 수 있을까. 갈등의 순간, 등 돌린 모습을 두고 뭐라 하지만 실은 다 상대의 탓을 하고 싶은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를 일이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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