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11일 차
"안돼 안돼 안돼!"
오전부터 난리가 났다. 병아리 인턴이 첫 사고를 '제대로' 친 것이다.
팀장님은 매일 유튜브 구독자 증가율을 엑셀 파일에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10분 전, 그는 2021년 새로운 통계 파일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부른 참이었다. 그가 '너 엑셀 할 줄 알지?'라며 그녀를 불러 세운 순간, 그녀는 자소서에 3년 전 딴 엑셀 자격증을 적어낸 것을 후회했다. 심각한 단기 기억력을 자랑하는 그녀의 현재 머릿속에 든 것이라곤 방금 전 배운 포토샵 누끼 따기 기술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단 자리에 앉은 그녀는 팀장님의 눈치를 슬쩍 본 후 네이버 똑똑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새로운 포맷을 완성하니 팀장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저장과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깨달았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엑셀은 깔끔히 종료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PD님은 절규했다. 그녀 또한 울상으로 아직 꿈나라에 있을 전산전자 전공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PD님의 1년 치 노력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그녀의 예상대로 2020년 통계자료는 0과 1의 세계 속에서 분진이 되어 사라졌다. 다른 자료라도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팀장님의 앞에 있는 건 두려운 듯 삐약대는 병아리 인턴뿐이었다. 팀장님은 연신 죄송하다는 그녀에게 애써 괜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괜찮아! 그럴 수 있지! 얼른 가서 할 거 해."
"죄송해요..."
"괜찮아!"
인턴생활 2주 차 만에 그녀는 팀장님이 생각보다 너그럽고, 인자한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감동이 물 밀듯 밀려왔지만, 동시에 죄책감이 그녀를 매몰시켰다. 자신이 기계치인 것을 잘 아는 그녀는 늘 클릭 한 번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유로 예상치 못한 사고를 치게 되다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아무나 하지는 않는다. 이번 실수는 그녀가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