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병아리 인턴은 프리미어 프로를 익히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리고 드디어 어설픈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 낸다. 여러 번의 수정, 재수정, 재재수정을 거쳐 만들어졌지만 그녀는 부족한 실력으로라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이 뿌듯했다.
오전 내내 마지막 수정에 힘을 쏟은 그녀는 곧바로 팀장님의 지시 아래 또 다른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제작국 PD님이 그녀를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유튜브 뿐 아니라 촬영 부서의 일에도 인턴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그녀는 힘이 빠졌다. 새로운 경험은 좋지만, 아직 이 일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터였다. 묘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PD님은 갑작스레 지금까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냐고 물어온다. 아까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니 그의 표정이 방금 그녀의 표정처럼 애매해진다.
"아 나 그거 좀 보다 말았는데.."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뒤에 나오는 말은 분명 좋은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거 썸네일 폰트 사용 가능한 폰트니?"
"네에.."
"솔직히.. 쯧. 촌스러워."
"아."
그녀는 귀 끝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지만, 보다가 말 정도로 부끄러운 영상이었나?
"이거 좀 봐."
그는 유튜브로 들어가 그녀가 만든 영상을 틀었다.
“자막이 너무 밑으로 갔잖아. 소리는 또. 너무 크지 않니? 다들 이어폰으로 들을 텐데 기종에 따라서 찢어지는 소리가 날 수도 있어."
틀린 말이 없었기에, 그녀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처음이어서 부족합니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뭐..김 선배님이 알아서 하실 테지만.“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핸드폰을 집어넣는 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아, 촬영은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은 같이 나갈 수 없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근데 전에 있던 인턴들은 직접 기획콘텐츠를 만들었거든? 조회수도 잘 나왔어. 너도 혼자 그런거 하나 만들어봐. 촬영 못 가는 대신."
다행 중 불행이었다.
"자소서에도 기획 쪽에 관심 있다고 썼다며."
맞는 말이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라디오 제작과 기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 임무는 팀장님이 ‘시키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제작이었고, PD님은 그 일을 가장 기본적인 일로 치부하고 있었다. 채용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어 프로 사용자 우대'라는 조건이 이렇게 그녀의 목을 졸라맬 줄 몰랐다. 안 맞는 퍼즐에 몸을 욱여넣고 있던 그녀에겐 모든 것이 벅찬 요구로 들렸다.
PD님과 면접 같은 면담을 마친 뒤 편집실로 들어온 그녀는 그녀를 맞아주는 팀장님의 얼굴이 처음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 일단 주어진 것에 집중하자.'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퇴근 직전까지 두 번째 콘텐츠의 초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초안을 본 팀장님은,
"이런 자막은 검은 배경에 빵빵! 어? 이 부분도 영상을 넣지 말고 그 포토샵. 포토샵 할 줄 몰라? 그거도 좀 배워서 화려하게 해봐. 이건 너무 단조롭잖아."
죄다 뜯어고치라는 피드백이었다. 잠시 친근하게 느껴졌던 그의 얼굴이 다시 불편한 상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퇴근길,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부끄럽게 훌쩍여 본 건 처음이었다.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했는데 모두 그녀의 과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서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그녀는 혀뿌리까지 올라온 투정 섞인 한마디를 억지로 삼켜냈다. 날이 유독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