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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Z Aug 22. 2021

유리천장

자유롭게 날아오를 순 없을까

입사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는 입사 첫 달과 별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업무는 익숙해졌고, 큰 사고를 내는 일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스스로가 이렇게 방어적이고 소심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회사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마치 인류를 처음 만난 최초의 인간이 된 것 마냥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솔직히, 그들과 말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정확히는, 그들의 반응 속에 묻어있는 부정의 뉘앙스가 싫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가지 않은 사소한 잡담을 하고 나서도, 뒤돌아서면 탁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깨끗해 보이는 창틀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니 뽀얀 먼지가 잔뜩 묻어나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회사선배이자 인생선배인 그들은 모두 회사에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다. 집에는 토끼 같은 자식들과 사슴 같은 아내가 있다. 월급은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나는 여기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다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이라며 구분 짓기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마치 절차처럼 그녀에게 한마디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00아 너무 상처 받지 마. 근데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그런 걸까?


그들의 세상은 그랬던 걸까? 그렇게 우울한 세상이라면 그걸 버텨온 그대들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우울한 유리천장 아래에서, 그녀는 단 한순간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패배한 인생' 속에서, 그들의 가족들은 그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들의 일상의 행복은 무슨 의미일까?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꼭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결론을 내야만 끝이 나는 이 암울한 대화 속, 그들이 말하고 싶은 진심은 무엇일까. 어쩌면 세상 이치에 무지한 내게 꿈같지만 순수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마지막 결론을 내기 전 늘 3초 정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렇지? 그렇지 않아? 아니라면 이유를 말해줘. 우리를 납득시켜줘.'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렇게, 내가 뱉을 철없는 말속에서 자신들이 한 때 가졌던 희망을 찾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입을 굳게 다문 내게 계속, 계속 그들의 불행을 어필하는 것이 아닐까.  


당신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소소한 행복 속에서 당신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감히 그들에게 이런 생각을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의 말속에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뱉어내는 언어보다 더 어둡고,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에 나또한 예외 없이 잠식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어둠에 물들어버린 날이면 이유 없이 침대 위에 퍼질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한탄 섞인 말들이 꿈과 도전으로 가득한 내 의지를 꺾으려고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스스로 유리천장을 쌓고 있었다. 무궁한 하늘이 펼쳐진 바깥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를 순 없을까. 그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데. 자신들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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