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nZ Jun 20. 2021

행복의 공식

남의 행복을 네 불행과 견주는 건 불공평 하잖아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과 마주하며 상담센터를 전전했다. 과거 거식증과 우울증으로 정신병원 이력이 있던 터라 상담이라면 신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쪼개가면서도 상담을 받는 것은 행여 과거의 그때로 돌아갈까 겁이 나서였다. 


낮은 자존감과 비교의식은 늘 마음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으니, 내가 변해야 하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상담사들은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어서 변화해! 바뀌란 말이야.' 아무리 자기 암시를 걸어보아도 내 목소리는 머릿속에서만 제 역할을 할 뿐이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전거에서 우는 것보다 벤츠에서 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언젠가 SNS에서 접한 그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고, 그날 밤에도 남자친구에게 그 말을 중얼거리며 한탄을 하던 중이었다. 그때 잠자코 듣기만 하던 그가 의외의 질문을 했다.


"..애초에 왜 우는 건데?"


그는 그 속담에는 '행복하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속담 속 울고 있는 누군가는 왜 행복할 수 없는가. 무언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부자도 자살하고, 가난한 사람도 자살하는 세상. 결국 돈이 행복에 기여하는 바는 극히 일부임이 증명된 세상 속에서, 그것에 매이는 순간부터 슬픔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자전거니 벤츠니 하며 울기 전에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빨면서 행복한 게 더 낫잖아."


 I think everybody should get rich and famous and do everything they ever dreamed of so they can see that it's not the answer.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서 그것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할리우드의 최고 코미디 배우 중 한 명인 짐 캐리의 말이다.


사람들은 뭐 말하지 저 빛 속은 찬란하네

근데 내 그림잔 되려 더 커져 날 삼켜 괴물이 돼

...

가장 밑바닥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

공교롭게도 여긴 창공이잖아


현재 성공가도를 거침없이 달리는 방탄소년단 SUGA의 <Interlude:Shadow> 중 일부이다.


내가 원하는 건 성공이 아닌 행복이었다. 어쩌면 사람들 모두 행복하기 위해 성공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그것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남의 행복을 네 불행과 견주는 건 불공평 한 거 아냐?"


나는 내 힘든 순간을 남들의 행복한 순간과 비교하며 슬퍼하는 사람이었다. 결과가 나의 패배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남자친구와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서 공원을 산책하고, 시시콜콜한 장난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순간이 불행한 적이 있었던가. 누구의 행복과도 견줄 수 없는 내 행복이었고, 그 순간만큼은 나 또한 돈과 성공에 얽매이지 않은 순수한 행복을 느꼈다.


그래, 경제력과 성공의 여부에서 행복의 키를 얻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주말에 늦잠을 자는 행복,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행복은 남들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비해 부족할 게 뭔가.


돈이나 명예, 성공을 포함한 어떤 것이든, 집착하고 얽매이는 것을 내려놓는 순간 행복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찾아올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성공=행복'이라는 기본 공식이 무너진 오늘날, 어쩌면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전 12화 오도(汚塗)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