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2일 차
며칠 뒤, 다행히 그녀는 생강차 찌꺼기만 한 일을 하나했다. 개인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재미 삼아 찍은 영상 하나가 팀장님의 눈에 들어, 방송국 본 채널로 올라간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역할은 소스 제공, 딱 거기까지였다. 편집본은 사수님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영상으로 탄생했고, 고심해서 만든 썸네일도 쓰이지 못했다. 유독 노력의 결과에 민감한 그녀는 자신의 무능함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팀장님의 ‘점심을 사준다’는 말에 신이 나 쫄래쫄래 뒤를 따라나섰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점심을 사주는 것은 팀장님이 아닌 사장님이었고, 순대국밥을 사이에 둔 치열한 종교 공방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방의 서막을 알린 건 사장님이었다. 유독 크리스천을 싫어한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크리스천인 팀장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도 작은 전쟁이 시작되었다.
'직속 담당자는 팀장님이니까 팀장님 편을 들어야 하나? 그래도 사장님이 더 높은데.. 아니지 나는 크리스천이잖아! 아냐, 그냥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다. ..그러다 나한테 불똥 튀면 어쩌지? 적어도 할 말은 생각해 두는게..'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녀의 걱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님은 그녀의 생각을 물어왔고, 그녀는 일단 입을 열어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쇳소리뿐이었다. 그 틈을 냉큼 비집고 들어오는 사장님의 논리는 강하게 그녀의 좌뇌를 뚫고 우뇌로 빠져나갔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경험은 그녀에게 꽤나 큰 의미였다. 신앙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해 온,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미션스쿨의 울타리 안에서 성경을 깊게 배웠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논리에 관해서는 토론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는 그녀였다. 그러나 20년을 공부한 그녀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의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당황했고, 실망했다.
그녀는 학창 시절 유능한 학생이었다. 똑똑하다는 말도, 뭘 해도 잘할 것이라는 과분한 칭찬도 들었다. 그 칭찬이 '과분한'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좁고 꿉꿉한 식당, 7000원짜리 순대국밥 앞에서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알고 있던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신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며칠 전까지는 '말하는 감자'였다면, 이제는 '벙어리 감자' 신세로 전락한 그녀는 자신이 얕보았던 세상에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