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산다는 건

인턴 3일 차

by 차열음

그녀가 일하는 곳은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회사촌에 있다. 좁은 물길을 사이에 둔 회사촌의 반대편에는 자취촌이 있는데, 이 숨 막히는 구조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은 오로지 생산만을 위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유독 소비를 위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 쉽게 말해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 돈도 없고 차도 없는 인턴이 고를 수 있는 음식점은 딱 3개가 있는데, 구내식당, 맥도날드, 편의점이 그것이다.




이 날은 맥도날드였다. 그녀는 각양각색의 사원증을 단 사람들로 가득한 가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퇴식구에 트레이를 정리하는 남자 알바의 나이가 일흔이 족히 넘어 보였던 것이다.


'100세 시대라 그런가?'


그녀는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넓은 오지랖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알바는 지저분한 트레이를 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손주 뻘 되는 그녀가 다가섰을 때도 그는 고개를 숙이며 "이리로 주세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치열하게 사시는구나.'


별로 치열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음에도, 그녀의 머리를 치고 지나간 짧은 감상이었다.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사람들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가 어떤 이유로 퇴식구에 서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녀는 그를 보며 문득 그녀 자신의 삶은 얼마나 치열했는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그녀의 삶은 '치열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 '성실함'도 그것과는 다른 맥락이었다.


그녀는 주어진 일은 열심히 했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모질게 거리를 두었다. 이번 인턴도 그녀가 원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 이상, 언제 때려치울까 간을 보던 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 알바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는 이제 사회에 나가게 될 것이다. 이 크고 넓은, 그리고 냉혹한 사회에서 언제까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는 언제까지 아이 같은 그녀를 용인해 줄 수 있을까. 오묘한 감정이 그녀를 감쌌다.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고개를 돌려 좁은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처음 던져보는 관심의 시선이었다. ‘웅성이는 인파’, 그 뭉뚱그려진 단어 사이로 음식을 내고 포장하는 젊은 알바들, 심각하게 전화를 하며 작은 햄버거를 물고 있는 중년의 남자, 조급하게 영수증과 카운터 화면의 순서를 번갈아보는 청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달리다, 우연히 이곳에서 잠시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 것이리라. 그 장면을 보던 그녀는 필요한 것이 있느냐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알바생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문을 나섰다. 아무래도 인턴은 끝까지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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