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멘토 Memento>
언젠가부터, 명작을 미루고 미루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유명한 영화일수록 재생을 하려다가도 '다음에 봐야지'하는 마음이 생겨버리는 것..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메멘토>를 틀었다. 약 2시간 여의 러닝타임은 꽤나 빠르게 지나갔다. 수많은 좋은 해석이 있는 영화인 걸 알았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일단 나만의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고 나면, 바로 영화평론가의 해석을 찾아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 시각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본 <메멘토>는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는 대로 믿어지는 세상
주인공의 오만은 자신을 온전히 믿는 데서 시작되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기록을 믿고, 자신이 본 것을 믿는 것. 때때로 자기 확신은 지나치면 자기 오만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본 것, 내가 기억하는 것, 내가 기록한 것. 그중에서 진짜 나를 구성하는 것은 몇 가지나 될까?
전에도 '진실'이라는 단어에 대해 적은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 또한 그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었다. 결국 진실은 내가 보고 내가 믿는 것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언제나 나의 세상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고, 자기 독단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그 마음, 그 시각을 경계하는 일이다. 나의 생각을 경계하고, 나의 경험을 경계하고, 나의 믿음을 경계하는 일. '이게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나의 삶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일. 내가 믿는 대로 나의 세상을 꾸리지 않고, 그 안에 타인의 시선을 한 방울 섞어보는 일.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다.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를 외치는 사람, '내가 맞다'를 증명하기 위해 세상을 조작하는 사람... 영화가 나온 지 21년이 지났지만 사람은 여전히 한결같고,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메멘토>처럼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