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이 Jan 12. 2022

회기네 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밥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밥은 인생에서 중요하다. 그냥 중요한 것도 아니고, 꽤, 많이 중요하다. 단지 목숨을 연명하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나누고 그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식구(食口)라는 말도 한 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니, 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만해도 모두가 알만 한 듯 싶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회기동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동기들과 함께 참 많은 식당을 다녔다. 그중에서도 한 군데를 꼽자면, 단연 '푸른 하늘'을 말할 수 있다. 푸른 하늘은 경희대학교 정문에서 3분 정도 걸음을 옮기면 볼 수 있는 분식집이다. 역사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꽤 오래된 듯한 간판에,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까지, 아마 많은 선배님들이 그곳을 지나쳐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분식집답게 가격은 저렴하다. 우리는 주로 그곳에 가면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쫄면을 시켜 먹었는데 (맞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이 꽤 많아서 가끔은 음식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사장님 인심이 푸짐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개인당 4-5000원에서 저렴한 한 끼를 해결하고 나면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산 다음, 다시 강의실로 향했다. 분식은 그때의 우리에게 저렴하지만 든든한 친구였다. 특히 나에게는 더욱 그러하였다.


회기동 골목골목에는 '푸른 하늘' 말고도 많은 식당들이 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식당들을 꼽아보자면, '베나레스(카레)', '상냥한 눈빛의 떡볶이(떡볶이)', '깡통집(고기)', '호랭이양식당(파스타)' 등이 있다. 더 많은 식당들을 다녔지만, 대부분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쯤 해두려고 한다. 아무튼, 그때의 우리는 많은 식당을 다니면서 함께 밥을 먹었고, 그 시간을 통해 서로의 추억을 쌓았다. 돌아보면 참으로 값진 시간들이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더 이상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때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한 감성이 지금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스무 살과 스물네 살은 많이 다른 나이이니까. (다른 사람들 말고,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해당 글과 무관한 음식사진

아무튼, 회기동 식당에 얽힌 추억을 하나 더 꺼내보자면, 국숫집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국숫집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하나 정확한 것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듯 한 막걸리 맛집이었다는 것. 특히 비 오는 날이면 줄이 너무 길게 서있어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곳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가면 항상 개인의 취향에 맞춰 국수를 시키고, 막걸리 2그릇을 시켰다. 그때는 그게 유독 그렇게 맛있었던 건지, 나는 항상 막걸리를 두 세 잔도 더 마시곤 했다.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막거리는 동이 났다. 막거리를 마시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몇 번, 스무 살에는 뭐가 그렇게 패기가 좋았는지 알다가도 알 수 없을 노릇이다.


회기를 가지 않은지2 되었다.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회기를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회기에 간다면, 어느 식당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싶어 질까? 물론 그때 가봐야   있을 테지만, 아마 동기들과 가장 많은 추억을 나누었던 푸른하늘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 갈 수 없는 지금의 나는,

그때 그곳에 두고 온 추억을 먹고사는 중이다.

 





 <교차로입니다 서행하세요>의 세 번째 글입니다. 이 매거진은 같지만 다른 점이 많은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글을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홀로 서울 : 서울 상경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