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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 Aug 15. 2021

하이틴 영화를 보며 울게 될 줄은

영화 <The Kissing Booth 3>

‘띠링’ 어젯밤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넷플릭스에서 키싱부스 시즌 3가 공개되었으니 얼른 시청해보라는 알림이었다. 앞선 키싱부스 시즌1, 2를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재생했다. 토요일 밤을 마무리하는 기분 좋은 선택이라 자부하며 말이다.




키싱부스는 10대들의 사랑을 그린 하이틴 영화이자,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 용 영화다. 복잡하거나 헤비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싶을 때 보기 좋은 그런 영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뻔한 러브스토리의 전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통통 튀는 캐릭터가 결코 뻔하지 않은. 그 시기만의 고민과 사랑이 잘 묻어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젯밤 본 키싱부스3는, 한 편의 완벽한 성장 드라마에 가까웠다. 앞선 시즌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었다. 앞선 시즌이 사랑과 우정을 모두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엘'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이제 사랑과 우정 무엇에도 간섭받지 않는 '엘'의 모습을 그렸다. 청소년기에서 방황하던 아이가 이제 막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었다.




주인공 '엘'은 영화 내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친구의 남자친구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려 애쓰는.. 어느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말이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보는 내내 '영화를 끌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딘가 마음이 답답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내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방황의 시간이 있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모두에게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그때의 나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내 시간을 전부 허비하기 바빴다. '나의 생각'이란 것은 없이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기 바빴고, 그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때 나는 누군가의 별 거 아닌 말에 집착하며, 그들의 말에 웃고 울고, 또 하늘이 무너진 듯 행동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건 전부 쓸모없는 일이었다. 모두에게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함'이었는데, 정작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도 벅차고 바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살던 때보다 훨씬 더 말이다.




사랑과 우정을 모두 지키기 위해 애쓰다가, 주인공은 점차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부터 고민해야 해. 스스로.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는, 내가 한동안 나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던 말이기도 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 그렇게 크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나는 영화의 메시지를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위로와 공감을 한꺼번에 받은 기분이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에도 여운은 오랫동안 남았다. 진정한 하이틴 영화란 이런 게 아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방황의 시간이 있음을, 그리고 그 시간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의 추천이 고마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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