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일이지 무슨 의미 부여씩이나 하고 그래?
일의 의미를 찾기 전에
우선 '의미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부터 떠올려봅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일?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일본 공중 화장실 청소부의 루틴한 일상을 그린 영화지요. 주인공은 매일 자신만의 루틴으로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아주 깨끗하게요. 일을 하다 발생하는 변수에도 얼굴에 구김이 없죠. 남이 어떻게 보는지도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공에게 일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뼈대' 같아 보였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먹고, 점심에는 같은 자리에서 나무에 비친 햇살을 찍는 일.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빨래방에 들러 빨래를 돌리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일. 어떤 사람에게는 매력 없는 직업, 지루한 일상처럼 보이겠지만 주인공 ‘히라야마상’에게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삶의 모습으로 채색하기 좋은 뼈대가 '청소부 일' 같아 보였습니다
보수가 없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그런 일이 세상에 있을까요? 직장 타이틀을 덜어내고 온전히 나를 정의해야 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브랜드를 정의하고 컨셉 워딩을 뽑는 일을 9년이나 했는데 34년을 함께한 '나' 한 사람을 정의하지 못하다니 왠지 부끄럽습니다. 소속이 없다면 나는 없는 건가? 싶어 두렵기도 하고요.
서랍 정리를 할 때 안에 내용물을 꺼내지 않고 대충 눈에 보이는 것들만 정리하면 금방 다시 어지럽혀지죠. 몇 년은 묵혀둔, 앞으로도 쓰지 않을 물건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건 보이지 않아 갖고 있는 건 줄도 모르고 새 제품을 사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아마 3년, 6년, 9년. 제 마음도 계속 진짜 정리를 미뤄 둔 서랍과 닮았네요. 이번에는 제대로 대청소를 하는 마음으로 묵혀둔 생각들을 꺼내 먼저를 털어 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 뭐라도 보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