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샐린저 _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
1. 간단 리뷰
호밀밭의 파수꾼은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작품이며, 아무 때나 읽어도 전혀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다. 10대 때 한 번, 20대에 한 번, 30대에 한 번. 이런 식으로 나이를 차츰 먹어가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어떤 면에서는 으스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존 레논을 총살한 자가 품고 있었던 책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런 것이, 유독 은둔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의 우울한 독백을 읽다 보면, 독자인 내가 절로 우울해진다.
2. 주인공 '홀든'에 대해서
지금의 나는 성인이지만, 책 속 주인공 '홀든'은 고작 열여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뜨거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년이다. 중간중간 허세 가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꽤나 시원하고 통쾌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홀든은 기성세대의 온갖 더럽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가득한 뉴욕을 경멸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대인 관계, 학교에 대한 불만, 꿈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함을 느낀다.
3. 홀든을 보며 든 생각
홀든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내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다. 나 또한 성장기 땐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감정의 기복이 무척 심했다. 사소한 것에도 금방 우울해지거나 폭소를 터뜨릴 만큼 웃었다. 어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신기해했다. "그래, 굴러다니는 돌만 봐도 까르르 웃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울 나이야"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지금은 그런 어른들을 이해한다. 이해하는 건지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버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도 이제 '현실'을 아는 성인이라는 것.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냥 철없는 중2병 행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학업에 몰두하고 인간관계와 취업 준비에도 나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 시선으로 홀든을 보려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홀든이 어렸을 때 가정적으로 얼마나 불안했는지라던가, 부모와의 불화나 학교 폭력 등과 같은 특정한 사건이 책에는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홀든의 3일'이 내 눈에는 철없는 소년의 방황기?로 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갔달까. 그렇다고 해서 집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칭찬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창 위험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들은 더욱 삐뚤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사춘기 시절의 내가 이 작품을 봤더라면 동질감을 느껴 더더욱 뜨거운 사춘기 시절을 보냈으리라.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사춘기 시절에 접하지 않았음에 안도를 느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지만(그들 또한 겪었기에), 나는 당시 어른들의 그런 시선이 못마땅했다. 나를 거부하는 어떤 '벽'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그랬다. 지금은 10대들이 나를 보며 '벽'을 느낄 것이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많이 알아버렸고, 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호밀밭의 파수꾼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10대 시절을 막연하게나마 상기하고 추억에 젖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이유모를 우울함도 느껴졌다. 다시는 그때의 순수한 생각과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없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4. '호밀밭의 파수꾼'의 의미?
조금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유토피아에서 살고 싶다는 '내적 떼쓰기'가 아닐까. 홀든 자신(다시 말하지만 홀든은 사춘기를 겪고 있다)이 꿈꾸는 세상은 비리, 물욕 등 더러운 것이 없는 깨끗한 세상이다. 다시 말해 삶의 고민 따위는 없을 것 같은 상상 속 세계를 꿈꾸고 있다. 홀든이 서부로 가고 싶다고 한 이유도 서부가 '자유', '드넓은 초원/사막'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홀든 또한 마지막에 서부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자신의 의지였는지 피비 때문인 지는 모르겠다).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5. 한줄평과 별점
한줄평 :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문득, 나이 드는 것이 서글퍼지게 하는 책.
별점 : 10점 중에 6.5점. 읽을수록 별점이 높아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