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SKY 캐슬이 이런 느낌일까?

헤르만 헤세 _ 《수레바퀴 아래서》 리뷰

by 수빈 Soobin

제목을 정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통의 경우라면 작품의 핵심을 담거나 그러겠지만, 이 작품은 뭐랄까.. 핵심으로 리뷰의 제목을 짓기엔 아깝다. 좀 더 강력하게 추천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19세기 말 독일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비판하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내용은 무겁지 않지만 핵심을 강력하게 던져준다. 그것이 바로 헤르만 헤세의 매력. 헤르만 헤세의 문체와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다.


주인공 한스는 마을의 유일한 수재 소리를 들으며 온 사람들의 기대를 받지만, 그는 결국 사회가 정한 기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학교에서 불량한 아이로 취급받는 '하일러'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성적이 낮아지고, 성적이 낮아지니 주변의 무시를 받는다. 주변은 한스가 무엇 때문에 하일러와 우정을 이어가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가 성적이 낮아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일러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훈계만 늘어놓는다. 한스는 낮아지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하일러와의 우정을 계속해서 지켜나간다. 한스 또한 자신의 초라한 성적과 주변의 경멸적 시선에 상처를 받는다. 자신이 하일러와 친해지지만 않는다면 수월해질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후 하일러가 퇴학을 당하자, 한스는 하일러의 부재 속에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낸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 심해지고 신경이 쇠약해진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물론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마저 그에게 크게 실망한다. 이후 한스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기계공을 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강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한스는 발을 헛디뎌서 강물에 빠졌을 수도 있고, 삶의 허무함에 질려 자살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더욱 속상했던 것은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달퍼하는 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가족인 아버지마저 그의 죽음을 실패작으로 여긴다. 마을의 수재였는데, 이렇게까지 무너질 몰랐다며 비통해한다. 그런 그에게 한스를 늘 응원했던 플라이크 아저씨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여담으로 잠시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한창 입시 교육이 뜨거웠던 시절, 좋은 학원을 다니기 위해 집에서 장장 2시간 거리인 서울의 유명 학원촌을 다녔었다. 처음엔 학원을 다니기 싫었지만, 학원과 집을 반복하다 보니 습관이 됐다. 누군가 시켜서 다녔다기보다는 이제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려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경쟁에서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니, 했었다. 단지 그런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었을 뿐. 학교가 끝나면 즉시 학원으로 달려갔고, 학원이 끝나면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집으로 향했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숙제가 쌓여있는 집을 반복하다 보니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이 무미건조했다. 성적은 좀 체 나아지질 않았고,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의 시선들은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나도 내가 답답했다. 내 유년시절은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슬픔도 많았다. 학창 시절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보라 한다면, 공부하는 모습 외에는 딱히 기억이 안 난다.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기억에 남은 것은 아니다. 너무 오래, 너무 자주 했기 때문에 그저 자연스럽게 기억이 날 뿐. 그렇다 보니 더욱 이 책에 몰입됐고, 주변의 오지랖(?)에 거친 말을 하기도 했다. 혹독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나는 자연스레 한스에게 몰입했다. 무척이나 불안해하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나서야 자유를 느끼는 한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중고등학생에게는 새삼 별다를 게 없을 입시 경쟁. 19세기 말의 독일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참고로 현재 독일은 모든 대학이 평준화되어있다고 한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를 비롯한 문학 거장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작품 덕에, 불합리한 교육 시스템이 바뀐 것은 아닐까. 독일의 문학은 그 힘이 매우 크니까.


한줄평 : 헤르만 헤세의 대표 저서인 『데미안』이 좋아서 읽은 책이지만, 데미안 못지않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분명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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