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설, 이 책으로 입덕하자

칼도 울고 나도 울었던,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by 수빈 Soobin

Q : 전체적인 리뷰를 하자면? (총평가)

역사 소설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라면, 혹은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이 존재했다면 일독을 권한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물론 추천한다. 김훈 작가의 문장력을 온전히 느껴보면서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말이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 것도 좋고, 다 읽고 영화 명량을 보시는 것도 소소한 재미 포인트다. *다만 여성혐오적 발언은 심히 보기 불편했다.


Q : 간략한 책&작가 소개

2001년 발행한 김훈의 장편소설이고, 같은 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난중일기』와 『연려실기술』, 『이충무공전서』를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장군으로서의 이순신, 신하로서의 이순신, 인간으로서, 혹은 아버지로서의 이순신 모두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소설 줄거리는 익히 알려져 있는 이순신의 전기적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순신이 지위에서 박탈된 시점부터 노량해전까지 약 2년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문장이 짧으면서도 굵다. 문장력도 탄탄해서 읽기도 수월하고, 특히 묘사를 잘하셔서 독자가 자연스레 몰입하기 좋다.


Q : 챕터별 리뷰

[명량 이전 -> 명량 이후 -> 노량 이전 -> 노량 해전 & 순국]


'식은땀'까지가 명량해전 이전의 상황, 즉 장군이 유배되었다가 다시 수군통제사로 복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의 기척'부터 '노을 속의 함대'가 명량 해전을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이 사실 전반전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구덩이'부터는 전쟁 이후로 더욱 복잡해진 주변 상황과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구덩이'라는 챕터에서는 여진에 대한 심정을, '내 안의 죽음'이라는 챕터에서는 조정에 대한 한탄과 착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고, '젖 냄새'라는 챕터에서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손수건이나 휴지를 준비해야 한다. ㅠㅠ


다음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조금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명나라가 들어와서 술대접을 하고 일본과 강화 협상을 한 내용도 나오고 그에 따른 고뇌가 나오고.. 분위기는 전반부와 비슷하다. 그러다가 노량해전에서 장군이 순국하고 책은 마무리된다. 마지막 문장이 참 좋다. 온점을 여러 개 활용해서 마치 조용히 눈을 감는 장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 책 내용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고 싶은 분들을 위해 썼지만, 사실 챕터별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시기상으로 4 부분을 나누긴 했지만, 이 충무공이라는 '사람(=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나간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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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리가 알고 있던 이순신 vs 책을 읽고 알게 된 이순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순신'을 위대한 장군으로만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순신이라는 '사람' 자체보다는, 역사적 상황에 흥미가 있었던 듯 하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장군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이순신이다. 그는 전장에서만 싸운 게 아니었다. 그는 늘 싸우고 있었다.


적과의 실질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동안에도 그는 쉴 새 없이 싸운다. 멀리서 계속 교서만 내려보내는 임금과 싸우고, 호시탐탐 목을 노리는 조정 대신들과 싸우고, 대군을 이끌고 와서 무작정 세월만 보내고 있는 명나라 장수와 싸우고, 군령을 어기는 부하들, 울며 매달리는 가엾은 백성들과 싸운다. 하지만 가장 힘든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는 자기 마음속의 혼란, 회의감과 싸우는데, 그 싸움이 어떤 보답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다.


Q : 인상 깊었던 부분

너무 많아서 고민이 많았다. 가장 첫 장의 첫 단락도 너무나 인상 깊었고, 이면의 죽음을 다룬 챕터, 이순신 장군이 순국하는 마지막 챕터 등등 어느 하나 인상 깊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옥수수 숲의 바람과 시간'이라는 챕터인데, 거기서 적군 포로들이 노예로 일하다가 바위에 깔려 죽고, 같은 포로들이 울면서 시체를 옮기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이순신 장군이 우는 포로들의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더니 모두 각자의 개별적인 울음을 울고 있었다. 장군은 거기서 참담함과 연민을 느끼고 전쟁의 무의미함을 간접적으로 말한다.


"나의 적은 전투대형의 날개를 펼 지고 눈보라처럼 휘몰아 달려드는 적의 집단성이기에 앞서,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적의 개별성이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울음을 우는 개별성의 울음과 개별성의 몸이 어째서 나의 칼로 베어 없애야 할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나는 알 수 없었다. 적에게 물어보아도 적은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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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제목 '칼의 노래'의 의미?

칼이 징징 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칼로 베고 싶지만 벨 수 '없는' 것을 벨 수는 없기에 그것이 통탄스럽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벨 수 없다는 것은 사람이 아닌 특정한 상황, 즉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탐관오리, 정치적 실리만을 구하고 전장을 외면하는 명나라 장수들이 있다. 즉, 복잡한 세상과 자신을 옥죄고 있는 모든 상황을 벨 수 없기에 칼의 울음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


Q :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400년 전의 일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거 빼면 사실 지금도 전혀 다를 게 없는 상황이지 않냐는 '예리한 비판'을 던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이순신은 얼마 없는 배로 수많은 적선들을 무찌르며 대승을 거둔 명장 군이지만, 이 책은 이순신 자체를, 즉 개인적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윗선이 지켜야 할 윤리, 사회 속 개인이 지녀야 할 태도와 같은 여러 교훈과 생각거리를 주고 있다.


Q : 한줄평과 별점으로 마무리하자면?

별점은 8.5점. 역사소설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줄 '소장용'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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