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을 따라 240여 곳의 책방들이 늘어서 있는 곳, 부키니스트 거리
프랑스 파리의 센 강에는 초록색 천막을 친 책방들이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다. 파리의 ‘부키니스트 거리’다. 10미터 간격을 두고 240여 곳의 책방이 줄지어있는데, 그 길이가 3km나 된다. 부키니스트는 작은 책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Buch에서 나온 말로, 작은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책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또 책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쪽에 고서적과 희귀본, 절판본 등 다양한 중고 책을 팔고, 다른 한쪽에 신문이나 우표, 엽서 등 기념품을 판매한다. 부키니스트는 특히 다른 서점에서 구할 수 없었던 책들을 판매하며, 파리에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 파리의 문학과 예술,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키니스트는 파리의 살아있는 역사라고도 한다. 프랑스혁명 당시에는 시민 의식을 고취하는 책들을 판매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프랑스 군인이 독일 군의 눈을 피해 비밀 암호를 전달하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즉 부키니스트 거리는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공동체의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키니스트 거리는 프랑스에게 있어서, 특히 파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부키니스트는 파리 정부의 허가 아래 운영되며, 부키니스트 또한 까다로운 조건 하에 자격이 유지된다.
현대식 서점에 비해 불편하긴 하지만, 시민들과 여행자들은 여전히 이 거리를 찾고 있다. 낡은 초록색 천막에서 느껴지는 파리의 고풍적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키니스트는 대부분 해당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고객은 부키니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책, 영화, 전시회,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터넷 서핑만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색다른 명소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파리의 예술과 문화, 역사는 부키니스트 거리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오늘날 서적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부키니스트의 존재 가치, 보존 가치는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 김윤아, 북저널리즘, p10-23
전 세계 서점을 돌아다닌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프랑스 파리에서만 볼 수 있는 '부키니스트 거리', 뉴욕 시민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하우징웍스' 등 서점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책은 보석 그 자체였다. 저자가 부럽기도 했고, 책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했다.
나는 어떤 서점이든 좋아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서점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책을 팔고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곳에서 새로운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에도 이런 컨셉을 가진 독립 서점이 생겼고 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단지 책을 많이 팔고 싶다면 대형 서점이 늘어나야 마땅하고, 책을 '사러' 가고 싶다면 사람들은 대형서점에 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 한국엔 수많은 독립 책방이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 또한 그곳을 즐겨 찾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가는 것에서 나아가, 서점이 제공하는 공동체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인터넷 검색으로는 느낄 수 없는 발견의 가치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라는 세계를 확장시키길 원하는 게 아닐까. 서점 또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변화에 기꺼이 찬성한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독립 서점을 만날 수 있길 고대한다.
책과 책을 사는 사람들의 우정을 통해 인생은 계속됩니다.
- 프랑스 작가이자 부키니스트 장 루이 크리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