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책 취향

그리고 책 추천

by 수빈 Soobin

예전까지만 해도 비문학 책을 주로 읽었는데, 최근 들어서 바뀌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 책, 역사책, 철학 책 이런 쪽을 많이 읽었는데, 요새는 '소설'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요즘 내 sns에 올라오는 책들은 거의 다 소설이다.


언제부터 왜 그렇게 소설에 빠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확실히 요새 내가 고르고 산 책들은 대부분 내 취향에 딱 맞았고, 또 재미있었어요. 생각거리를 주기도 했고, 킬링 타임용으로도 좋았고, 또 마음속에 숨어있던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특정 정보나 교양 지식을 담고 있는 책도 물론 재미있고 유용하지만, 요새 나는 세상의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소설을 통해서 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사람들을 배우는 것이 좋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킬링타임용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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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황세연 작가님의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책 끝을 접다에서 영업당해버렸다(아뿔싸). 교보문고에서 진행한 공모전인 만큼 엄청 밀어주고 있다. 요새 곰탕이나 젤리 장수나 이런 장르 문학에 빠져있다 보니까 이 책도 기대를 좀 하고 읽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쉽게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는 편인데, 이 책은 기대 이상!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추리소설은 이 책이 거의 처음이다. 예전에 어렵고 긴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서, 추리소설에 그렇게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거 같이 흐름이 매끄럽다. 읽는데 부담이 없다.


범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동네 사람들은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을 자살로 꾸민다. 경찰이 마을에 왔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마을이 고립된다는 소식에 재빨리 마을을 벗어난다. 이 사실을 모르고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형사와 기자는, 이틀 동안 마을 사람들과 지내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한다.


사실 스토리나 설정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본 느낌이라 별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보기 좋게 내 예상을 빗나갔다. 맛깔난 사투리가 현장감을 더해주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 각각의 스토리가 나올수록 사건이 착착착 풀려 나가는 게 시원하다. 또 이 책은 살인사건만 다루지 않고 형사와 기자 개인의 스토리가 나오기도 하는데, 인간미 느껴지기도 하고 인물에 정이 들어서 좋았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처음엔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또 중간엔 반전에 반전이 재미있어서, 마지막엔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덮지 못한 책이다. 킬링 타임용으로 읽기 좋다. 이런 소재라면 딱 영화화되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띠지에 '영화화 확정'이라고 적혀있다. 나중에 영화가 나오면 한 번 보러 갈 생각이다.



#아메리카나 1,2(독자가 성장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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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는 내가 좋아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장편소설이다. 아디치에의 책은 '우모페'(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가 처음이었다. 그 책은 엄마한테도 권하고 주변에도 거리낌 없이 건넸던 입문용 책이었다. 그 책을 기점으로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그만큼 아디치에의 책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런 작가님께서 소설을 내셨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하게도 민음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두꺼운 책에 은근한 장벽을 느끼는 타입이다. 중간에 책 읽기를 그만두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두꺼운 책은 읽다가 멈추는 빈도가 많아서, 흐름이 자꾸 깨진다. 그래서 죄와 벌 같은 유명한 고전을 아직까지도 못 읽었는데, 이 책은 완독 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전혀 어렵지 않고, 이 책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어 내려가는 맛이 있는 책이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다.


이페멜루는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만, 전혀 다른 현실을 겪으면서 괴리감에 빠진다. 그녀에게 미국은 분위기도 삭막하고, 나이지리아와 문화도 너무 다르고, 일자리조차 너무나 얻기 힘든 곳. 외국인, 여성, 인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그녀는 점점 지쳐간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친구 '오빈제'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차별당하는 흑인들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빈제, 우주 고모, 디케 등 각 인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험난한 미국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인종, 성별, 종교, 이민제도 등 사회 문제는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낭떠러지로 몰고 가지만,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버틴다. 그 과정에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도 있지만, 비참하고 안타까운 순간도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이 책이 굉장히 무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랑과 성장이라는 주제가 책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마냥 무겁진 않다. 또 오빈제와 이페멜루가 각자의 위치에서 버티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 책은 상당히 다채로운 매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성장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별'은 각기 다르지만, 차별로 인한 '상처'는 누구에게나 같으니까. 우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오빈제와 이페멜루의 상처를 공감하고 있고, 그들의 상처가 무엇에서 기인했고 왜 상처를 받는 지를 알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 독자들도 책을 읽을수록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고, 내가 이페멜루나 오빈제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 (틈새 드라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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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은 조만간 제 인생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노희경 작가님의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소설화시킨 책이다. 개인적으로 비독자분들께는 드라마를 먼저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은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요새 제가 푹 빠진 드라마다. 드라마의 맛이라면 역시 재미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 두 가지를 확실히 갖추고 있고, 노년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절대 어둡지 않다. 오히려 밝고, 유쾌하고, 즐거우면서도, 노년 캐릭터가 가진 삶의 풍파가 감동적으로 다가와서 여운도 진하다. 기계적으로 우는 게 아니라 가슴이 울려서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드라마다.


요새 박막례 할머니 콘텐츠도 너무 좋고, <수상한 그녀>,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영화도 너무 좋다.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자주 찾고 있다. 내가 아직 겪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을 보여주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간달까?


디어 마이 프렌즈도 그런 이유로 요새 보고 있는데, 흔해 빠진 로맨스를 다루지도 않고 억지 눈물을 뽑아내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솔직해서 읽는 내내 독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다. 부모님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나 없이도 좀 행복했으면 싶은 마음, 자식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다.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게 잘 담아냈고, 그 감정으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어떻게 갈등을 겪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노년 캐릭터가 나온다.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욱하는 성격에 호통만 치는 가장 석균, 평생 가족만 위하고 희생하다 말년에 이혼 서류를 내미는 정아. 이들의 조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이라 더 애달프다. 그 밖에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려 애쓰는 충남이나, 혼자서 딸을 키우며 자수성가한 난희, 그리고 치매에 맞서는 희자 캐릭터 모두 가슴 아프고 설득력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자식인 내가 어떻게 부모 입장을 다 알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노년이라는 경험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으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2030 세대인 저나 6070 세대인 그들의 상처와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다. 노년에 대해 제가 갖고 있었던 생각의 틀을 깨준 책이었고, 노년이든 부모든 자식이든 만만치 않은 인생을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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