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전쟁 같았던 첫 요가에서 뜻밖의 힐링을 얻었다.

by 수빈 Soobin

첫 요가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요가를 괌에서 했으니까. 괌은 전쟁 같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낭만적 여행지였다. 더군다나 아침 요가라니, 상상만 해도 힐링 그 자체 아닌가. 잔잔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후~"하고 숨을 내쉬는 내 모습, 그리고 안정된 분위기. 내가 생각한 아침 요가는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이런 자세만 할 줄 알았징,,


하지만 역시 인생은 녹록지 않았다. 첫 요가가 아쉬탕가였기 때문이다. 아쉬탕가는 '헉, 저런 걸 한다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고난도 레벨의 요가다. 진기 명기한 자세를 선보이는 요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물론 나도, 내 친구도 요가에 무지했으니 첫 요가가 아쉬탕가인지 뭔지 전혀 몰랐다. 그저 상상 속 요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뿐. '요가도 사실은 전쟁이구나'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시작한 지 5분도 안돼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이거 요가 맞아?!'라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그런데 20분이 지나자 차츰 몸이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외부의 시선보다 요가를 하는 내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동작을 하려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느리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인지하면서 움직이게 됐다. 특히 숨쉬기에 공을 들였다. 숨을 들이쉬면서 다리를 올리고, 내쉬면서 팔을 내리고, 어떤 부분에서 숨을 쉬고 들이쉬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몸이 덜덜덜 떨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이것도 나름 요가의 일부분 중 하나겠거니 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나만의 호흡대로 하기 시작하자 요가는 전쟁이 아닌 힐링으로 다가왔다. 내 몸의 어떤 부분이 약한 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왜 그동안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았냐며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코어 근육이 약하다는 것도, 골반이 안 좋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요가의 마무리 자세 '사바아사나'를 하면서는 이유 모를 위로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요가를 하는 이유가 이런 걸까. 아쉬탕가는 비록 어려운 동작이 많았지만, 그것을 성취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괌에서의 아침 요가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날 흘렸던 땀과 눈물,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직도 내 안에서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 첫 요가를 떠올리게 한다. 숨쉬기를 통해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요가를 시작하며 얻은 삶의 교훈을 이야기한다. 요가가 어려운 것처럼 삶 또한 쉽지 않다는 걸, 그렇지만 어려운 자세를 성공했을 때의 잔잔한 짜릿함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요가는 유연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 아니다. 남이 아닌 자기를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의 수련이다. 요가를 꾸준히 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도 단단해지려면 그만큼의 수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에는 요가 매트를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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