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물에 빠지게 해 준 책, <합리적 의심>
"판사 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의 상반된 생각이 '아주 작은 폭'을 그리며 진자처럼 운동을 해왔다. 그 하나는, 법률은 획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치 실존적 결단을 내리듯 법의 경계선을 조금 무너뜨리더라도 결론의 정당성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올바른 결론을 재판에서 찾아낸다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고 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외피적인 사실에 법률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일이 최대한이지 않은가, 도달할 수 없는 '진실'에 손을 뻗기보다는 법 시스템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재깍재깍 돌아가기만 해도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닐까, 판사가 그 이상을 달성하려 하는 게 또 다른 오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다가도 역시, '법대로만'보다는 어떻게든 '올바른 결론'을 바라는 게 우리 사회의 정서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또다시 찾아든다." - 15p, 도진기, <합리적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