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 아주 잠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다. 이름은 똘똘이였다. 종은 기억이 안 나지만 초롱초롱한 눈이 예뻤고, 윤기 나는 갈색빛 털을 가진 강아지였다. 자주 아프고, 조용하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친구이기도 했다.
나는 좋은 주인이 아니었다. 똥오줌을 치우는 게 싫었고, 똘똘이의 예쁜 모습만 보고 싶었다. 몸이 아파 축 처진 똘똘이를 보자 내가 아는 강아지가 아닌 거 같다며 엄마에게 찡찡 거리기도 했다. 워낙 어린 시절의 일이라 더 이상은 기억나지 않지만, 똘똘이를 생각하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는 자격 없는 주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똘똘이 생각이 많이 났고, 그래서 더 죄스러웠다. 좀 더 사랑해줄걸, 좀 더 신경 쓸 걸. 만약 그랬다면 똘똘이는 지금까지도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자체가 그만큼 덜 사랑해서라는 걸, 사랑했으면 어떻게든 알아나갔을 거라는 걸 어째서 깨닫지 못했을까. 난 소유욕과 측은지심은 있었을지언정 진실로 그 애들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나 같은 놈은 기르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염치없지만 그나마 현실적인 깨달음을 실천하는 정도일 뿐." -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p.166, 이석원, 문학동네
너무나도 일찍 맞닥뜨린 똘똘이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내가 반려 동물을 집에 들이지 않은 이유다. 집 안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고,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내 처지를 보면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 기르지 말아야 한다고. 나 같은 놈은 기르지 않는 게 그나마 도와주는 거라고.
며칠 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방성훈 씨가 그의 반려견 양희와 함께 하는 일상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라는 추천보다는, 유기 동물이 안 생기게끔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소한의 책임감이란, 어쩌면 애초부터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차라리 기르지 말고 돕는 방식을 택했다. 유기 동물을 돕는 시설에 후원하거나, 길냥이를 위한 간식을 들고 다니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 참, 이 책을 사는 것도 유기 동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주변 도서관에 이 책을 희망 도서로 신청하고, 지인들에게도 선물해야지.
똘똘아. 거기서는 잘 지내니. 15년이 지났지만 네가 화장실에서 토하던 모습은 아직도 눈 앞에 선명해. 처음 맞닥뜨린 생명의 위기에 놀라 어찌나 펑펑 울었는지. 가끔 랜선으로 강아지들을 볼 때 그 생각이 번뜩 스쳐서 한없이 죄스러울 때가 있어. 나 같은 게 뭐라고 감히 너를 거두어들였을까. 나 같은 게 뭐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난 부족하고 자격 없는 주인이었고, 그걸 깨달은 순간 너는 이미 가고 없더라. 어두운 화장실 구석에서 쪼그리고 낑낑거리던 네 모습만 기억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워서, 글을 쓰면서도 수차례 쓰고 지우길 반복했어. 한참을 고민하고,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그냥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라도 빚을 갚고 싶어 똘똘아. 부디 거기서 만큼은 아프지 말고 신나게 뛰놀고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