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가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지만 감정 또한 없는 사회가 있다면, 가시겠습니까?

by 수빈 Soobin

감정은 없지만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가 있다. 그리고 혐오를 가진 사회지만 사랑이라는 희망이 존재하는 사회가 있다. 둘 중 어느 곳이 더 나은 사회일까? 나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여러 영화와 책에서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로이스 로리의 디스토피아 소설인 '기억전달자'에서는 사랑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고, 이 책에서도 사랑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스펙트럼>이었다. 단순히 외계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이 책은 좀 더 나아가 이들과 우리 인간의 관계 맺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스펙트럼>의 주인공 희진은 외계 생명체인 '루이'와 소통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나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자와도 유대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서로 조차도 이해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전까지만 해도 층간소음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 소리를 지르며 깔깔 웃는 소리가 거슬렸다. 그런데 가끔은 "아, 친구들이 오랜만에 놀러 와서 신났나 보구나"라고 이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엘리베이터가 한 층 한 층 계속 멈춰서 버스를 놓친 적이 있다. 지각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수레를 실은 택배 기사 분이 서 계셨다. 그를 보자 엘리베이터가 자주 멈춰 선 이유를 알게 됐고, 그를 이해하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으이구 일찍 일찍 다녔으면 됐잖아'라며 스스로를 다그친 하루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도 하루하루 성장하고, 타자를 이해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소통이 불가능한 외계 생명체와 우리가 관계할 수 있다면, 소통이 되는 우리 인간들도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해해야만 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많이 괴롭겠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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