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핸드폰은 2년마다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상하게 2년이 될 쯤엔 핸드폰이 말썽이다. 버벅대고 터치가 잘 안 먹고 배터리는 너무 빨리 닳고, 앱을 많이 깔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엄마 폰을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들 하는데 난 왜 핸드폰을 늘 2년 이상 쓰지 못하는 걸까?
나는 소비사회의 충실한 노예였다. 남들이 사는 건 왠지 사야 할 것 같았다. 인스타 피드에 자꾸만 보이는 세련된 옷들.. 빈티지한 유리컵.. 힙해 보이는 문구류.. '저 옷을 가지면 나도 세련되겠지?', '저 유리컵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면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나겠지?', '저 문구 예쁘다. 이 정도 소비는 나를 위한 거니까! 괜찮아~'
아마.. 이런 생각으로 계속 소비를 했던 거 같다. 문제는 끝없는 공허함이었다. 아무리 옷을 사도, 예쁜 컵과 인테리어 제품과 그 많은 문구류를 사도 만족감은 잠시뿐, 공허함은 채워지질 않았다. 분명히 예뻐 보여서 샀는데 사고 보니 별로여서 안 입은 옷들이 수 십 벌이었고, 옷은 사도사도 입을 게 없다고 느껴졌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소비를 별로 하지 않지만 사는데 큰 불만이 없으시다. 그런 점이 내겐 생각의 전환점이 됐다. 소비가 내 눈을 뜨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허함을 인지하고 나니 어쩌면 소비는 공허함의 크기를 더 키우는 건 아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하지 않는가. 그런데 요즘 사회는 성장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듯하다. 성장을 위해 성장한달까.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기계를 의도적으로 결함 시켜 소비를 촉진시킨다. 광고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를 정당화한다. 소비 사회를 위한 계획적 진부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렇게 소비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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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자기가 가진 물건들을 몇 번이고 꿰매고, 수리하고 재활용하고 절약해서 쓰신다. 사실 예전에는 그런 아빠가 안쓰럽달까, 그냥 새로 사서 쓰지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아빠의 태도를 존경한다. 그는 자신의 물건을 끝까지 책임질 줄 안다. 자연 자원을 아껴 쓰고 물건을 조심스레 다룬다. 지나치게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 사회에서, 아빠와 같은 삶의 태도가 내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