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밀레니얼 용기 고취 에세이,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
예전에 엄마와 사상 차이로 크게 다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결코 엄마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겠구나'. 엄마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 사회는 세대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게 기성세대는 '이해는 하지만 인정할 순 없는 타인' 같달까. 그렇다고 엄마가 미운 건 아니다. 20년이라는 나이차가 주는 갈등의 깊이가 그저 아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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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국에서 500여 명의 10대 학생들이 '결석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뱉은 말은 "대단하다"보다는 "헐 그래도 되나?"였다. 그만큼 나는 출석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학생 때 개근상은 필수로 받아야 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하도 들어서였다. 하지만 결석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요즘의 청소년들을 보면서, '생존의 문제' 앞에 정답이란 게 과연 있을까 싶었다. 당장 10년 20년 안으로 지구가 망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출석 점수가 중요한가 이 말이다.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우리는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니 글쎄, 딛고 설 기반이 없는데 대뜸 뛰란다. 팔 게 없으니까 이제는 나를 팔아야 한단다. 선택지가 주어진 게 아니라 애초에 뭘 가졌던 적이 없는데, 대뜸 공유경제가 핫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니까 나누며 살라고들 한다. 청년인 내가 누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거 같은데 세상은 되도록 안정된 직업을 갖고 안정된 삶을 살라고 말한다. 도대체 나보고 뭐 어쩌라고...
이와중에도 위에서 "불평만 해대냐"는 말을 들을까 봐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도 봤다. 공모전, 대외활동, 자격증 … 선배들이 했던 건 다 따라 해 봤다. 근데 이젠 또 이런 게 안 통한단다. 창업의 시대라며, 새로운 창구를 찾아 뚫으란다. 없는 후각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킁킁 냄새를 맡아도 봤다. 여기가 잘 뚫릴 거 같은데, 짐작만 하면서 끝을 모르는 동굴에 들어가도 봤다. 앞에 내리막길이 있을지 절벽이 있을지 오르막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갔다. 하지만 결과의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라는 걸 생각하면 갑자기 아찔해져서 그만 주저앉고 싶다. 나만 이런 거야?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는 윗 세대의 말보다는, 앞이 내리막길이라는 걸 인정하고 같이 내려가자 말하는 선배 밀레니얼들의 목소리가 훨씬 좋다. "앞은 내리막길이야. 인정하자구. 나도 그 길을 걷고 있어. 그러니 급할 거 없이 같이 가자고." 그래. 함께라면 내리막길도 두렵지 않다.
윤이나 작가님은 나와 같은 후배 밀레니얼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이 에세이를 세상에 내놓으셨나 보다. 특별하다거나 색다른 시선을 가진 글은 아니지만, 그냥 작가님의 목소리가 담긴 활자 자체가 위로가 되고 용기가 난다. 불평해도 되는구나, 내 앞이 내리막길이어도 상관없구나, 싶은 느낌. 그 용기는 내가 글을 쓰게 만들었고, 저자와 나는 그렇게 연결되었다. 그러니 밀레니얼들아 모이자, 우리만이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