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알아. 근데 '왜' 중요한 걸까?_《서민 독서》
1.
책을 읽는 사람이든 읽지 않는 사람이든, 우리 모두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요. 그렇다면 독서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있나요? "독서는 언어적 능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지식의 확장을 주니까 중요한 거 아니겠어?"라고 대충 얼버무린 대답을 들은 적이 많을 겁니다. 이 책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세하면서도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이유들 또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자는 총 12가지의 이유를 그만의 유쾌한 스타일로 사례와 함께 제시합니다.
2.
우리는 독서를 통해 판단력과 설득력을 갖게 되고, 행간을 읽을 수 있게 되며, 꿈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인내심을 기르고, 상상력이 커지며, 말도 잘하게 됩니다. 또한 생각을 바꾸게 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지식을 얻으며, 작품 속 문장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 수도 있죠.
책 읽기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댓글을 다는 '인터넷 난독증(이하 인난증)',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비공감증', 생각이라곤 도통 안 하는 '무사 유증', 판단력이 흐려지는 '흐리멍덩증', 자기 뜻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어버버증' 같은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중요한 열쇠이기도 합니다.
3.
그중에서도 '인난증(인터넷 난독증)'에 대한 부분은 저자의 유쾌한 설명에 술술 읽히다가도, 가슴을 콕 찌르는 예리한 말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2012년 11월 14일, 스포츠조선에 실린 기사 제목은 "하정우, 뺑소니에 치인 후 200미터 추격, '맨손으로 제압'"이었다. 기사의 제목만 봐도 하정우가 뺑소니를 당했고, 자신이 직접 뺑소니범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댓글은 난독 성 댓글로 가득했다.
'앞으론 자숙 좀 하시고 연예계 나오셔야 할 듯.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뺑소니라니.' / '하정우 진짜 나쁜 새끼네. 뺑소니 하고 200미터나 도망가? 양심도 없는 놈, TV에 두 번 다신 나오지 마라!'...
기사 본문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제목 : 설 명날 서울↔동대구 티켓 구매합니다. / 내용 : 전산마비로 인해 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꼭 좀 연락 부탁드립니다."에 달린 댓글은 가관이었다. "전신마비인데 어떻게 여기에 글을 적을 수가 있죠? 그리고 전체 게시물 보니까 헬스권도 양도하였더구먼"
이 글은 하정우 기사 댓글과 함께 인난증의 쌍벽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난독성 댓글이 점차 많아져,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댓글을 읽는 사람들은 수많은 난독성 댓글을 보며 자기 생각을 끼워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집단 인난증의 원인이 '줄어든 독서량'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현재 인터넷 댓글을 장악한 이들이 대부분 청소년기에 글을 많이 읽지 못한 10대나 20대라서, 집단 인난증이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죠.
4.
또한 저자는 사람들이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를 그대로 수용하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박태환의 테스토스테론 복용에 대한 이슈가 크게 났을 때, 박태환 측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의사가 고의적으로 넣었다며 의사를 고소했죠. 재판의 결과는'상해죄는 무죄, 의료법만 유죄'였다고 합니다. 이는 즉, 박태환은 실제로 자신의 의지로 금지 약물을 투여했으며, 의사는 단지 차트에 진료행위를 성실히 기재하지 않아 벌금만 물게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팩트였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금지 약물인 줄 몰랐다', 박태환 주장 대법원서 인정]이었습니다. 철저히 박태환 편에 서서 사실을 왜곡한 것이죠. 그러나 이 기사의 베스트 댓글, 다시 말해 가장 추천 수를 많이 얻은 댓글은 "몰랐으면 무죄죠. 울 태환이 좀 네비도요~!" / "태환이 정도면 진짜 몰라서 못 먹는 거다. 그냥 순수한 운동 욕심밖에 없는 청년이다" 였다고 합니다.
기사 본문의 [상해죄가 무죄고 의료법만 무죄]라는 문구만 읽었어도 선동에 휩쓸리지 않았을 거라며, 저자는 앞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인난증에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5.
정보의 홍수시대가 도래하면서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내심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글자를 제대로 못 읽는 것은 둘째 치고, 글을 차분히 읽지 못해 본문의 내용을 대충 끼워 맞추는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죠.
"특히 어려서부터 책과 담을 쌓은 이들은 인터넷 난독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 서민
국정원이 2012년 대선 때 댓글 알바를 써가며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사건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연예기사가 아닌, 정치와 같은 중요한 분야에도 선동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독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6.
하정우와 박태환 사례로 인난증을 유쾌하게 설명해 준 《서민 독서》의 저자 '서민'은 뜻밖에도 기생충학 교수입니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 출신으로, 남은 생을 기생충과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현재 단국대 의과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고 있죠.
그는 자신감에 넘쳐 출간했던 소설 두 권이 모두 외면받자, 다독과 함께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거쳤고, 그 덕에 현재 여러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합니다. 현재는 단행본/칼럼/논문/블로그/서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하며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7.
이 책은 단순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추천하는 책, 책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 등 '독서'에 관해 폭넓은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평소에 궁금했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특히 뉴스 제목을 읽은 후 바로 댓글을 보시는 분들은 꼭 봤으면 합니다.
8.
다루는 이야기는 '책 읽기, 독서'에 대한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여러 사례들(ex. 박태환, 하정우로 본 인난증 등)의 진실을 깨닫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세상 자체를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책 읽기에 입문하는 분들께는 좋은 이정표이자 재미있는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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