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의 밤

by 수웊

밝음과 어둠의 구분은 아닐 것이다. 괴로움의 몸서리 쳐지는 것은 햇빛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내리쬘 때도 아무도 도우지 못할 것 같은 차디찬 어둠의 시간에서도 다를 것은 없다. 충동적으로 죽음을 동경할지언정 살아있음을 또다시 안도하는 반복이 더욱 괴롭게 한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오해 속에 살지 않아도 되고 어떤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살아있어 괴로운 날들이라고. 살아있어 그래도 살만하지 않냐며 다독이기도 하는 거라고. 괴로우니까 자꾸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는 그 무엇인가를. 괴로움에 끝에는 무의미에 도달한다. 언젠가 의미하지 않음에 대한 연극을 만들 수 있을까? 휘갈겨 쓴 메모들이 언젠가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날 선 생각과 말을 뱉어내고 그 끝엔 나를 향한 것이라고 자책하며. 나를 사랑하지 못하여, 다른 사랑들을 의심하고, 나를 확신하지 못하여, 타인에게 비치는 나를 불신한다. 오랜 시간, 그 이기적인 맘으로 무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가리며 너털한 웃음으로 어물쩍 넘긴다. 상처받았음에 상처받지 않았다고.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쳐 물어보아도, 스스로에게 도망칠 뿐이다.

슬프고 외롭고 괴로워 잠 오지 않는 대부분의 밤에 우는 대신 혼자 스스로를 달래려 노래했다는 가수의 글을 읽는다. 나는 우는 대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타고난 느린 심장 때문이라고. 멋진 예술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고. 나의 부모도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어쩌면 정말 나의 삶이 이렇게도 초라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나를 향했던 상처 주는 말들에 왜 즉각 반응하지 않아 평생을 그 생각에 사로잡혀 의심하고 자책하고 괴로운 것일까. 왜 나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일까. 왜 항상 매번 힘을 내야 하는 걸까. 괴로움은 언제 멎을까. 작은 종이 한 장, 연필깎이, 포스트잇을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몰라 다시 또 외면하며 괴로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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