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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살롱 Feb 22. 2019

옷장 속 질 좋은 기본 10가지

기꺼이 투자해도 좋은 패션 아이템

스타일도 양이 질이 된다

배우 강동원 씨가 ‘어떻게 그렇게 옷을 잘 입냐’는 질문에 ‘많이 사고 많이 입어봐서 그렇다’고 답한 걸 본 적 있다. 물론 강동원이면... 패완얼이 더 큰 이유겠지만, 이 말도 맞다. 옷은 많이 입어본 사람이 잘 입는다.

마흔은 스타일에 있어서도 양이 질이 된다는 말이 드디어 통하는 때다. 어처구니없는 20대 때 패션 방황기를 거쳐 경제력이 생겨 좀 더 투자한 패션 실험기 30대를 지나온 40세. 주변에서 마흔이면 그렇게 옷을 못 입는 여자를 찾기도 어렵다(남자는 다르다. 20대 때 패션고자가 40대에도 패션고자인 경우가 숱하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는 상대적으로 남의 이목과 평가에서 더 자유롭기 때문인 듯). 그동안 입어본 수많은 패션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되어, 내면에 있는 매력과 섞인 자기만의 스타일이 도출되는 과정. 그런 배양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마흔의 옷 입기, 클래식으로 기초공사를 하고 나만의 시그니처 룩 만들기

앞서 싼 옷을 한바탕 솎아냈으니 이젠 무엇을 사야 할까? 무턱대고 유행을 좇는 것도 좋지 않지만, 할머니처럼 클래식한 아이템만 고수하는 것도 고루하다. 적당히 섞여야 멋이 난다. 요즘 잘 먹는 언니 중 하나로 나오는 최화정 씨의 패션을 보면 항상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심플한 셔츠에 플레어스커트, 트렌치코트 같은 클래식한 기본 위에 미니백이나 PVC백 같은 트렌디한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걸 좋아하는데, 언제나 우아함을 지키면서도 생기발랄하다. 톡톡 튀지만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그녀의 성격과도 꼭 닮았다.


옷 잘 입는 언니 최화정 씨 룩은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공식 인스타그램(@1077power)에 가면, 작가들이 친절히 라벨을 까 뒤집어 브랜드까지 답해주신다.


언제부턴가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그녀처럼 자기만의 시그니처 룩을 두고 살짝살짝 변주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 선생님은 클래식 스타일에 대해 “시시각각 변하는 패션계의 트렌디한 감성과 영원불변의 클래식 무드가 만나면 굉장한 시너지를 낸다. 나 역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적절히 믹스되는, 세월을 품었으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손정완만의 시그니처 컬러와 소재를 적절히 이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그것이 손정완 브랜드의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클래식한 손정완 스타일이 완성된다.”라고 하셨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마흔 여성의 옷 입기 정답이 여기에 있다. 자주 오래 입을 기본 아이템은 질 좋은 것으로 마련해놓고 그때그때 트렌디한 소재나 액세서리를 더하는 식으로, '자기다움'을 연출하는 것, 이렇게 개인에게 적용해도 될 것 같다. 자, 어떻게 입을지는 알았다. 그렇다면 '질 좋은 기본'은 뭘까?



이건 옷장 속에 꼭,

패션 멘토가 짚어준 10가지 기본 아이템

보통의 여자인 나는 이번에도 패션 멘토에게서 답을 얻었다. 하이디 클룸이 MC였던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의 멘토 팀 건을 기억하시는 분?(물론 기억하면 옛날 사람) 기억 못 해도 상관없다. 이 분은 전 파슨스 스쿨 학장이자 현재 패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 CCO으로, 중간 점검 때 근심 어린 눈으로 각 참가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며 “Make It Work(잘해봐요)!”라고 재치 있게 조언해주곤 했다(참가자들끼리 신입에겐 '팀의 중간 코멘트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라고 팁을 준 장면도 기억난다).

팀 건 특유의 근심 어린 제스처. 이 표정이면 아주 걱정되는 수준.
서바이벌 프로그램치고는 MC인 하이디 클룸이나 팀 건이나 상당히 따뜻한 느낌이었던 <프로젝트 런웨이> 시리즈
국내에 번역 출간된 팀 건의 책 <A Guide to Quality, Taste & Style>. 나에게 있어 10년 간 스타일 교과서였다.

그의 저서 <A Guide to Guality, Taste & Style>를 보면 여성이 옷장에 꼭 갖춰놓아야 하는 10가지가 있다. 하지만 발간된 지 오래라, 그 이후 <Instyle> 매거진 인터뷰에서 그가 다시 업데이트한 리스트를 함께 참고하는 게 좋겠다.(www.instyle.com/fashion/tim-gunns-guide-style)



첫 번째,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

엊그제 ‘샤넬의 집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돌아가셨다. 그가 연상되는 여성의 No. 1 머스트 해브 아이템, 리틀 블랙 드레스. 팀 건이 말하길 “옷장 속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거죠. 리틀 블랙 드레스는 무적이에요.”


두 번째, 트렌치코트(Trench Coat)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도 오페라에 갈 때처럼 보일 수 있는 겉옷이 이 트렌치코트입니다. 정석은 카키색의 벨트가 달린 트렌치이지만 어울린다면 빨간색 페이턴트 소재의 구김 간 트렌치가 안 될 이유도 없죠."라는 설명.


세 번째, 클래식 드레스 팬츠(Classic Dress Pants)

블랙, 네이비, 차콜, 초콜릿 무슨 색이든, 울이나 실크로 된 엉덩이 둘레에서 딱 곧게 떨어지는 팬츠. 한 마디로 잘 맞는 정장 팬츠 한 벌을 말한다. 시크한 블라우스나 캐시미어 스웨터, 그리고 블레이저를 매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괜찮아 보인다.


네 번째, 다목적 스커트(Versatile Skirt)

데님 재킷에도 잘 어울리고 블레이저에도 잘 어울릴 만한 스커트. 무릎보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무릎을 딱 가리는 길이의 스커트가 적합하다고.


다섯 번째, 핏이 잘 된 재킷(Fitted Blazer)

잘 빠진 재킷, 딱 한 벌로 이보다 더 잘 차려입은 느낌을 단번에 줄 수 있는 아이템은 없다. 가을, 겨울엔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블레이저를 입고 부츠를 신으면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여섯 번째, 클래식 화이트 셔츠(Classic White Shirt)

스커트, 청바지, 일반 팬츠 어디에든 화이트 셔츠는 정갈하고 세련됐으니까. 늘 옷장에서 좋은 상태로 유지하라는 그의 조언.  


일곱 번째, 데이 드레스(Day Dress)

파티용 같이 화려한 칵테일 드레스가 아니라 스포티한 느낌이 있는 셔츠 드레스나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랩 드레스 같은 드레스를 권한다(이 말과 함께 "고마워요, 미셸 오바마."라고 덧붙인 팀 건. 딱 그녀의 룩을 참고하면 된다).


여덟 번째, 캐시미어 스웨터(Cashmere Sweater)

잘 관리하면 몇 년을 입는 거니까 럭셔리한 소재에 투자하는 게 좋다. 카디건, V넥, 터틀넥 관계없습니다~


아홉 번째, 핏이 좋은 청바지(Perfect-Fit Jeans)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에 딱 맞는 짙은 컬러의 스트레이트 청바지가 추천 아이템.


열 번째, 운동복 대신 입는 캐주얼

"강아지 산책을 나갈 때 입을 듯한 편안하지만 깔끔한 차림. 화이트 티셔츠나 캐시미어 카디건, 저지 드레스 같은 캐주얼은 늘 필요하죠."



그리고 하나 더,

'어차피 입는 거 조금 더 차려입자' 마인드

평소 편하게 입는 만화가 친구를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저녁에 만났는데... 아 미안하게도 엉망진창이었다. '얘가 맨날 추리닝 바람이다가 정말 오랜만에 슈트를 입었구나' 느꼈지만 입은 닫았다.


어느 날 하루 차려입으면 그날 딱 하루 차려입은 태가 난다. 연말 시상식에서 젊고 날씬한 20대 여배우보다 30, 40대의 여배우가 훨씬 멋진 자태로 화제가 되는 건, 20대 때는 처음 입어보아 어색한 애티튜드로 드레스의 화려함에 눌리는 반면, 40대에는 그간 쌓인 드레스 연륜 덕에 자신의 매력과 아우라로 드레스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모든 옷은 옷에 어울리는 애티튜드가 있다. 과감한 드레스일수록 옷에 걸맞은 당당함을 함께 입어야 한다. 여배우도 그런데, 우리 같은 평범녀야 평상시에 차려 입어 최대한 '내꺼화'하여 자연스러워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모든 옷에 투자할 수는 없는 법. 위의 기본 10가지 아이템을 참고하되 개성에 따라 바이커 가죽 재킷이나 야상 점퍼처럼 자주 입는 아우터에 투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친절한 팀 건은 10가지 기본 아이템을 꼽으면서 20달러짜리 트렌디한 액세서리로 기분 전환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패션에 대한 마인드다. 기초적인 나의 시그니처 룩을 설계하고 10가지 옷 연장을 갖췄다면 패션을 즐기는 마음 또한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렵지 않다. 귀찮아도 ‘어차피 가는 시장, 어차피 가는 카페, 어차피 가는 회사 조금만 더 차려 입고 가자’는 마인드다. 그리고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도 벗자. 옷 잘 입는 여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싼 옷으로 매일 갈아입느니 질 좋은 기본 옷으로 사흘 입는 게 멋쟁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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