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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살롱 Apr 02. 2019

자세 미인은 영원히 우아하다

바른 자세가 주는 아름다움 (feat. 프랑스 여자)

 영화 <콜레트>를 보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파리가 문화의 심장이었던 벨 에포크 시대, 시대를 바꾼 프랑스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에 관한 영화다. 주연은 키이라 나이틀리.

'또 사극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것이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공작부인:세기의 스캔들>,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이 작품이 벌써 그녀의 5번째 시대극이다.

잠깐, 키이라 나이틀리는 내겐 너무나 영국적인 여배우인데? 샤넬 광고로 프렌치 느낌이 더해졌다곤 해도 과연 어떨까? 의아한 마음으로 영화관에 갔다. 글쎄는 글쎄였다. 그리고 뜻밖에 그녀의 연기를 보며 어색했던 건 외모나 말투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자.세.


'키이라 나이틀리 거북목 여전하네.'
'내가 본 프랑스 여자 중에 저렇게 등이 구부정한 사람은 없는데?'
'어깨는 올리고 턱을 치켜들고 웃는, 저 포즈는 너무 <오만과 편견>의 영국 여자 키이라 나이틀리잖아.'  


키이라야, 귀를 어깨 쪽으로 보내고 어깨를 좀 펴봐.


프랑스 여자는 등이 꼿꼿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이라 나이틀리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등이 구부정하다. 그런데 프랑스 여자들은 정반대다. 그녀들은 대체로 자세가 좋고 감각이나 스타일을 떠나 등이 곧아서 걷는 모습이 예쁘다. 젊은이도 중년, 노년의 마담들도 등이 곧다. 옷장에 있어야 할 10가지 패션 아이템을 추천해준 스타일 멘토 팀 건 역시 <A Guide to Quality, Taste & Style>에서 미국 여성들과 비교하며 이 점을 포착했다.

 "많은 미국 여성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등을 구부리고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서 키를 작아 보이게 하려고 애쓴다. 프랑스 여성들이 미국 여성들보다 더 시크해 보이는 이유에 이런 차이는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매우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프랑스 여성들은 도도해 보이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데, 전체적으로 곧은 자세가 주는 느낌 때문이다. 디오르가 룩을 발표한다면 구부정하고 넋이 빠진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


그녀들은 어깨를 접지 않는다. 프랑스인은 유전적으로 키가 작은 라틴계라, 미국인에게 흔히 눈에 띄는 '키 큰 여자들의 구부정한 자세'와는 별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여성은 동양인들처럼 가냘픈 체형에 더 참고가 된다. 사실 체형에 관계없이 자세가 좋으면 옷태가 산다. 어느 헤어쇼에서 한 모델이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런웨이를 걷는 걸 본 적 있는데 어찌나 프로답지 않게 느껴지던지! 일단, 모델도 배우도 아닌 일하는 프랑스 여성 유명인들을 참고해보자. 한결같이 올곧고 당당한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65세가 되신 전직 파리 보그 편집장 카린 로이펠드. 과하지 않게 여성스러운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변호사 출신으로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첫 여성 IMF 총재로 재직 중인 파워우먼,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재 코렐리아 캐피털 대표이자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이었던 플뢰르 펠르랭.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입양되어 프랑스에서 성장한 프랑스 여성이다.


바른 자세? 붐비는 식당의 테이블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처럼

바른 자세에 대한 설명은 무수히 많다. 나는 복잡한 설명 말고 이 말 한마디만 기억한다.


"프랑스 식당(비스트로)의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사이를 빠져나간다고 상상하세요."


자넷 레인이 쓴 <Your Carriage, Madam>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바싹 당기고 배꼽을 척추 쪽으로 끌어당겨 골반이 바른 자세가 된다. 레인은 이 자세를 '비스트로 자세'라고 불렀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배워보니 바로 필라테스 호흡, 자세와 동일하다. 최대한 귀와 어깨를 멀리하는 감각, 골반을 바싹 조여 다리가 아니라 코어에 힘을 두고 걷는 동작. 필라테스 호흡에 익숙해지면서 배가 납작해졌는데 바로 이렇게 자세가 교정되어서였다.

기억할 표현이 하나 더 있다. 필라테스뿐 아니라 요가에서도 어깨의 긴장을 푸는 동작을 할 때 자주 듣는 이 말도 유용하다.  


'위에서 누가 머리를 당기는 것처럼'


풀어 말하면 '등을 펴고 귀, 어깨, 고관절이 일직선이 되게 한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1, 2, 3 식의 동작 매뉴얼보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은유적 묘사가 따라 하기 쉽다.


이런 자세로 일하면 피로도 훨씬 덜하다. 다들 한 번쯤 경험하다시피 어깨 결림, 요통, 복부비만, 내장 이상이 모두 잘못된 자세의 누적 결과로 찾아온다. 실제로 나는 늘 귀가 목보다 앞에 빠져나와 있어, '구구구구' 하는 비둘기 같은 모양새였고, 목디스크 기미까지 있어 순전히 '안 아프려고'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10회쯤에는 귀와 어깨가 일직선에 오더니 36회 만에 어깨 통증이 싹 사라졌다.



자세 미인은 영원히 우아하다

서 있는 자세나 걷는 자세가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발레리나만 한 모범이 없다. 어릴 적부터 척추를 똑바로 세워 상체를 곧게 세우는 훈련이 되어있는 발레리나들은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가 있다. 얼굴이 미인이 아니어도 많이 꾸며 입지 않아도 자세가 곧아서 전해지는 기품.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의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가냘프지만 발레로 다져진 잔근육에서 강인함이 느껴지는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님(사진출처:OSEN)
턱은 당기고, 어깨는 내리고, 쇄골은 펴고 이런 구구절절 설명 생략. 이것이 바른 자세다. (사진출처:노블레스 화보)


자세 미인은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이 유지된다. 살아가는 내내 다져지니까.

‘성격은 얼굴에 나타나고, 생활은 체형에 드러나고, 본심은 행동으로 알 수 있고, 감정은 목소리로 전해진다'는 말이 있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 입꼬리가 처졌고, 먹고 바로 눕는 즐거움을 알게 되자 허리에 살이 붙었으며,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숨길 수가 없다.

바른 자세, 바른 생활, 바른 삶이 서로 다른 것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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