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살롱 Mar 10. 2020

매일 피부에 적금 붓기

피부 사추기, 뷰티 습관 재정비가 필요할 때

예전에 <나는 이미 영어를 잘하고 있었다>라는 영어책이 히트한 적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어휘를 잘 활용하기만 해도 영어로 말하기, 듣기를 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책이었다.

고백하자면 피부 좋다는 말을 제법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갑자기 피부가 뒤집어졌다. 모공은 커지고 여드름이 안 나던 턱과 콧잔등에 나고. 울상을 하고 다녔다. 외모는 아니어도 피부 부심은 있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고 뷰티 유튜버 동영상도 보고 피부과 상담도 받은 뒤 저 책 제목처럼 '나는 이미 피부에 잘하고 있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여태껏 잘하고 있었는데 공연히 더 잘해보려다 부작용이 났다.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는 히알루론산 토너로 7 스킨(스킨만 7번을 바르는 것, 몇 년 전부터 유행했다)을 시도하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난데없이 여드름이 나고 다시 이걸 없애기 위해 매운(?) 여드름 피부용 클렌저와 토너를 사용하는 사이 피부는 비닐처럼 얇아졌다.


"나이 변화에 따른 성인 여드름이에요."


30대 때부터 갔던 동네 피부과 원장님의 아주 간단한 설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 장벽이 얇아져서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어라? 정형외과에서 목디스크 이야기 들었던 때랑 이유가 같네. 나이 탓. 이유 없이 뾰루지가 날 수 있구나. 동시에 본격적으로 화장하기 시작했던 스무 살 무렵처럼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기본기를 새로 잡는 피부 사추기가 왔음을 느꼈다. 카더라 하는 뷰티 속설이든 기존의 피부관리 지식이든 재정비해야 할 때.


나는 이미 피부에 잘하고 있었다

라면을 즐겨 먹지 않는다. 고등학교 3년을 통틀어 라면을 열 봉은 먹었을까? 많은 엄마들이 그러시겠지만 우리집에서 라면은 야식으로 무조건 금지였다. 밤 12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면 라면이 그렇게 당겼는데 절대 손도 못 댔다. 엄마의 지론은 '기름에 튀긴 밀가루 가공식품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소화가 안 되면 피부에 뭐가 난다!'였다. 이 '뭐가 난다' 라면 조기교육의 덕이 컸다. 라면뿐 아니라 밀가루 음식을 자제하는 습관도, 스팸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도 모두 피부에 도움이 되었다. 정제 설탕, 나트륨이 많이 든 한쪽으로 치우친 맛은 피부에 좋지가 않다. 그리고 탄산음료보다 물을 좋아한다. 외출 시에도 항상 생수를 소지하고 목을 축이며 다닌다. 그 때문에 화장실도 수시로 가지만 조금씩 자주 마시지 않으면 물을 안 준 화초처럼 시들시들 컨디션이 떨어진다.

세수할 때는 손부터 씻고 스펀지로 거품을 내 거품으로만 세안하고 스크럽 같은 물리적인 각질 제거보다는 AHA BHA 성분의 화학적 각질제거제를 사용한다. 최대한 피부에 자극을 안 주는 것이다. 자극이라곤 오직 손가락 지문 요철 정도? 화장솜을 안 쓰는 거나 수건을 수직으로 톡톡 두들겨 사용하는 것도 다 같은 이유다. 언젠가 페이스 요가 책을 접한 뒤로는 복잡한 동작은 따라 하지 못해도 얼굴에 아에이오우 모양을 지으며 한강을 산책하기도 한다. 샤워도 격일로 클렌저를 사용하니 일주일 중 반은 물로만 샤워하는 셈이다. 그나마도 클렌저 거품에 약간의 오일을 섞어서 사용한다.

몇 가지는 뷰티북을 만들며 알게 된 팁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여성이 알고 있는 피부 기초 상식이다. 다만 다 실천을 못할 뿐. 그럭저럭 나는 이렇게 피부에 적금을 붓듯 좋은 습관을 쌓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털어내야 할 나쁜 피부 습관도 있다

피부 사추기 재난이 찾아오자 나쁜 습관도 두더지 잡기처럼 잡아야 했다. 일단 가장 나쁜 버릇은 얼굴에 손대기. 생리주기에 따라 뾰루지가 한 두 개씩 올라오면 기어이 손을 대 짜고는 했다.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한 쾌감에 꼭 손이 가던 지난날. 그 못지않게 나쁜 게 화장품을 너무 여러 개 바르는 버릇이었다. 한국 여성들은 평균 5개의 기초 제품을 바르고 3.2개의 베이스 제품을 쓰고 3.6개의 색조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딱 이 평균을 지키는 평균녀였다.

하지만 토너, 스킨 소프너 등 화장수는 하나면 충분하고, 전부 모이스처라이저로 묶을 수 있는 에센스, 세럼, 로션, 크림도 하나만 사용해도 된다. 피부가 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과하면 모공을 막아 피지 배출이 어려워지고 블랙헤드나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이 역시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는데 광고에 적힌 기능 설명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손이 간다. 기초 제품 사용 개수는 2~3개가 적절하다. 수분 라인이면 수분 라인으로만 에센스나 세럼 후 크림을 쓰거나 영양 라인이면 영양 라인 제품끼리만 사용하는 것이 흡수에 좋다고 한다. 쿠션 팩트도 열심히 썼는데 이제는 자제한다. 오일리한 제품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축축한 채로 케이스에 든 스펀지의 세균 증식이 걱정되어서다.

점검해보니 그 밖에도 피부에 안 좋은 습관은 많았다. 앞으로 수그리고 머리 감기는 척추 건강도 해치지만 눈을 꼬옥 감게 되니 눈가 주름을 만든다. 작은 습관이어도 매일이 쌓이면 그게 인생이 된다. 한쪽 옆으로만 누워 잤더니 그쪽 얼굴만 주름이 늘었고, 샤워는 사계절 뜨거운 물로만 하는 습관 때문에 얼굴에 비해 몸은 바삭바삭하다. 뜨거운 물로 10분 이상 하면 안 된다는데 단 한 번도 10분 안에 마친 적이 없다. 일단 샤워만 했다 하면 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 무아지경에 빠지니까. 보통 샤워 물 수온이 높기 때문에 샤워할 때 세수를 하지 말라는데 그 수압, 그 온도 그대로 세수를 한다. 교정 또 교정이 필요해.


안 늙을 수는 없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시간과 중력을 이긴 사람은 들어본 적 없다. 알고 있다. 피부는 타고나는 게 팔 할, 화장품과 피부과 시술은 스칠 뿐이라는 거. 그래도 천천히, 곱게 나이 들고 싶다.

매일 좋은 습관을 쌓다보면 언젠가는 적금을 타듯 더 나은 피부로 보상받겠지. 그래서 마치 업무를 하듯 사추기를 맞은 피부를 냉정하게 점검해봤다. 새로운 피부 나이를 맞았으니 내 피부를 돌아보고 줏대 없는 뷰티 속설에 흔들리지 말고 화장품 다이어트를 하는 40대의 피부 기본기 잡기. 기분도 산뜻해졌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냐고? 일단 화장품 다이어트만 한달 동안 실천해도 달라진다. 소식이 건강의 비결이듯, 화장품도 그렇다.   



이전 21화 잘못된 습관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