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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피 May 02. 2019

#04. 바람이 불어오는 곳, 메콩강변에 서서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

가자, 루앙프라방으로!


이른 아침,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양껏 먹었다. 쏭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서 햇볕을 쬐며 아침을 먹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일광욕 겸 아침식사가 끝나고 방에 올라가 짐을 마저 챙겨 내려오니 마침 우리를 루앙프라방으로 데려가 줄 미니밴이 도착했다.


차에 오르니 여덟 시 반쯤이다. 숙소가 방비엥의 외곽에 있다 보니 우리가 첫 번째였다. 다행이었다. 루앙프라방까지 족히 다섯 시간은 가야 하는데, 긴 시간 이동하기 위해선 '그나마' 편한 자리에 앉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뻗을 공간이 여유가 있고, 덜컹거림이 상대적으로 덜한 운전석 바로 뒷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기사 아저씨가 다른 승객들을 픽업하는 걸 지켜보는데 작은 차에 끝도 없이 사람을 꽉꽉 눌러 싣는다. 두당 최소 하나씩은 지고 있는 덩치 큰 배낭까지 함께 실어야 하는데, 테트리스 블록을 끼워 넣듯 기사 아저씨의 손길에 마법처럼 공간이 만들어졌다. 결국 차엔 정원이 가득 찼다. 덩치 큰 서양인들이 한 줄에 세 명씩 답답하게 끼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여기가 휴게소라고?


덜컹거리던 차가 정차하는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벌써 다 왔나 싶었는데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휴게소인 듯했다. 여기서 십분 정차 후 다른 차로 바꿔 타면 된단다. 우리와 반대로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향하는 여행자들과 여기서 맞교환을 하는 것이었다. 


찌뿌둥해진 몸을 스트레칭이나 할 겸 차에서 내렸는데 휴게소 풍경에 말문이 턱 막혔다. 산 중턱쯤은 되는 듯 구름이 아래에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산들이 한 폭 한 폭 겹쳐져 있다. 누가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멀어질수록 옅어지는 산의 빛깔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 @여름의 무늬


"와. 여긴 뭔 휴게소가 이래."


표현을 아끼는 동생마저 한 마디 뱉고야 만다. 




사원의 도시, 루앙프라방


오늘 갈 곳은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 중 하나라는 왓 마이 사원이다. 호스텔 직원도 시간이 없다면 꼭 가야 할 곳 중 하나로 이 곳을 꼽아주었더랬다. 왓 마이는 루앙프라방을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수차례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곳, 가장 중심이 되는 거리인 씨싸왕웡(Thanon Sisavangvong)을 따라 수많은 사원들, 왕궁박물관, 푸시 산 등 대부분의 볼거리가 늘어서 있다. 왓 마이는 여행자 거리의 중심에 위치한 왕궁 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여행자 거리에 들어선 순간, 방비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방비엥의 길거리가 차분하고 한적했다면, 루앙프라방의 거리는 번잡한 소리가 온통 귓가를 메운다. 툭툭, 성태우, 자전거, 오토바이,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통에 길 한 번 건널 때에도 눈치싸움이 계속되었다. 


왓 마이에 들어서자 신기하게도 귓전을 때리던 소리들이 점점 잦아들었다.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왓 마이, 즉 왓 마이 쑤완나품아함(Wat Mai Suwannaphumaham)은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사원 중 하나로, 비싼 금칠을 두른 사원이다. 특히나 출입문 옆의 외벽에는 황금 동판을 이용해 부조 기법으로 붓다의 생애를 조각했다. 화려함의 극치였다.


왓 마이 사원 @여름의 무늬


왓 마이를 둘러보고 다시 여행자 거리로 나섰다. 해가 차츰 내려앉고 있어 거리를 통제하고 상인들은 야시장을 열기 위한 좌판을 한창 깔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정신없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길거리 풍경이 점점 친숙해지고 정겹게 느껴졌다.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루앙프라방 거리 풍경 @여름의 무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강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선착장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언덕배기에 작게 나 있는 흙길로 들어섰다. 부러 만든 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드나들다 수풀 사이로 자연스레 생겨난 길이었다. 간간히 서양 여행자들이 

한두 명 지나다니는 것 빼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메콩 강 @여름의 무늬

 

강물이 따뜻한 색으로 빛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무로 만든 배들이 강물 위를 떠다녔다. 배들은 바로 아래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곤 다시 사람들을 실어 돌아간다. 보따리만 한 일상을 가득 짊어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서려있다. 메콩 강엔 현지인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여름의 무늬


산 너머로 넘어가 버린 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황톳빛 메콩강이 조금씩 어둠에 젖어들었다. 미지근하고 눅눅한 바람이 불어오고, 또 불어 간다. 마음이 강물처럼 잔잔해졌다.


메콩 강의 해 질 녘 @여름의 무늬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Tip>
*라오스에서는 대부분의 숙소에서 교통편을 대신 예약해 주고 있으며, 도시 간 교통편을 예약하면 숙소로 픽업을 오기 때문에 이동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가격은 대체로 비슷하니 굳이 발품 팔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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