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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Apr 30. 2020

내가 남기고 싶은 흔적

스페인 마드리드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래에서 살 때와 참 많이 다르다. 하늘에서 보면 작아 보이는 집과 건물들, 점처럼 보이는 자동차들,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과 같이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점점 소유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도 그랬지만 더욱 그런 마음이 강해진다. 하늘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생각하면, 한 평생 내 집 장만을 위해, 더 좋은 차를 사기 위해 달려가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물론 내 집 장만의 꿈을 꾸며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


다만,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란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더 많이 가진다고 꼭 더 행복해지고 더 마음이 편해질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전보다 더욱 보이는 것들에 대한 소유욕은 줄어들고 있다. 반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소유욕은 늘고 있다. 여행을 하다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단 한 번도, 어떤 사람이 멋지게 입은 옷에 혹은 보이는 외모에 크게 감동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와 기대하지 않았던 배려와 도움에 감동하게 된다. 나도 타인에게, 나그네에게 그렇게 넘치는 관심을 주었던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 나라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 말이다.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여유가 있는 사람, 그런 마음을 소유하고 싶다.


낮에도 밤에도 예쁜 마요르 광장
세계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프라도 국립미술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관광지를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길거리 연주가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했고 어떤 여성분이 멋들어지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루하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그 연주자와 춤추는 여성을 보며 다들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여성분의 춤 실력은 대단했고, 춤이 끝난 후 사람들은 힘차게 박수를 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아하는 춤을 취미 생활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행하면서 많이 한다. 외국어 공부도 그렇고 말이다. 사실 영어가 더 늘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말이다. 암튼, 짠순이인 나는 스스로에게 돈 쓰는 걸 지극히 아까워해서 뭘 배우러 다니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한다. 근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인 거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그걸 낭비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마음에서는 그건 나를 위한 그리고 어찌 보면 내가 행복한 마음을 얻으면 우리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기에 우리 가족을 위한 투자인 거라고 생각된다.


내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 레알 마드리드 경기 보기! 기대 많이 했지만 그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경험이었다


또 한 번은 길거리를 지나가는 데 노천카페에서 한 가족을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이 종이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아이들 세 명 또한 자기 스케치북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마음도 행복해졌다. 그런 문화를 가질 수 있는 가족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마드리드의 노천 카페들. 분위기 좋고 음식은 더 좋다. 과일을 넣어 만든 와인인 상그리아는 정말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마셨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과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녀에게 남기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우리 자녀들에게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마음과,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내는 인내심, 자신을 진정 사랑함으로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같은, 이렇게 보이지 않지만 삶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남겨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도 계속 내가 남길 수 있는 흔적은 아파트가 아닌, 좋은 차가 아닌 내 마음과 내 정신이라고, 난 그렇게 믿고 살고 있는 중이다.


마드리드에서 데이트립 코스로 인기가 많은 톨레도. 기차를 타고 가면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아기를 데리고 가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가족들에게도 좋은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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