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만에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포드고리카라는 도시에 하루 머무르는 일정이다.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느낌이 나는 곳이다. 내가 찾은 호텔은 메인 지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더 한적했다. 큰 도시들만 여행하다 여기 오니 어찌나 맘이 편한지 몰랐다. 어제 호텔 근처의 동네 슈퍼를 가는데 어릴 적 갔던 시골이 떠올랐다. 작은 시골 마을, 밤엔 간판 하나 없어서 눈을 떠도 코 앞도 안 보일 정도로 한적했던 곳이었다. 이제는 개발이 되어 그런 느낌은 하나도 없겠지. 암튼, 그렇게 예전 어렸을 적 시골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시골마을 느낌이 났던 곳
부다페스트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가 주는 매력만으로 다시 가자고 해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었던 건 사람들이었다. 여행했던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경험을 했겠지만 말이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내가 경험한 한 일부분일 뿐이란 걸 언급하고 싶다. 예를 들면, 심카드를 사는데도 참 오래 걸렸다. 결국엔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가게를 방문했는데 우리를 도와주기 싫은 표정이었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살 때도 대기표를 뽑는데 영어로 되어있지 않아 잘못된 표를 뽑았다고, 심지어 나는 혹시 몰라서 헝가리 사람에게 물어봐서 제대로 된 표도 하나 더 뽑아서 두 개 있었는데 그 두 번째로 뽑은 대기표 번호가 될 때까지 다시 기다리라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어느 날, 푸드코트에 앉아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본 적이 있다. 웃거나 미소 짓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택시운전사가 설명하길, 요즘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로 화가 난 상태라고 했다. 시장에서 대놓고 빵 가격을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격에 5배 가까이 불러서 왜 가격이 다르냐고 묻자, 빵을 제자리에 던져놓으며 화를 낸다. 나한테 왜 화를 내지. 왜 60센트짜리를 왜 3불 넘게 내야 하는 거지.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참 아쉽다.
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
몬테네그로 사람들은 보는 사람마다 잘 웃는다. 아기를 너무 예뻐하고 여러 사람들이 우리 아들에게 뽀뽀한다. 여기 문화가 뽀뽀를 많이 하나보다. 사람들이 우리 아들을 너무 귀여워하며 볼도 만지고 목에도 뽀뽀하고, 볼에도 뽀뽀한다. 부모님마다 다르겠지만 난 그런 사람들이 싫지 않고 고마웠다. 애정을 표현하며 한없이 다정한 사람들이 반가웠다. 아마 그 전날 부다페스트에서 와서 더 가슴에 와 닿았나 보다. 호텔 직원들도 하나같이 아들을 보면 환히 웃고 장난쳐주고 과자도 준다. 지나가는 길에 할머니도 안녕하며 인사해주셔서 짧지만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
결국, 사람이다. 어느 나라에 살고 싶냐는 생각을 할 때, 그 나라의 경제상황, 환경,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복지 등등이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그런데 짧지만 2개월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나한테 묻는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너무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 같다.
별거 없는 것 같은 이 길거리를 걸으니 왜 이리 맘이 편하던지
결국에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들이 가진 문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세상 어디서 살든지, 미소 짓고 싶고 더 많이 웃고 싶고, 이웃을 사랑하고 품고 살고 싶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한다. 근데 무엇이 더 있다고 과연 더 행복할까. 그게 아닌걸 우리는 알면서도 뭘 그렇게 더 원하는 걸까. 나도 내가 일을 하는 엄마가 되면 더 성취감도 있고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지금 육아를 하는 엄마로 사는 삶에 만족하지 않으면 과연 내가 우러러보는 워킹맘이 된다 한들 더 만족할까. 여행을 하면서 오늘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연습이 쌓이다 보면 조금씩 내 마음에 감사가 쌓인다. 감사의 힘이 대단한 게, 오늘 감사하다 보면 내일도 감사할 마음이 더 생긴다. 중요한 건, 감사할 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거다.
포드고리카 다음으로 방문했던 부드바의 올드타운
(2017년의 여행기록이라서, 신체 접촉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대비되어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지난날을 되새겨보니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