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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May 19. 2020

역시, 사람이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카

 부다페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만에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포드고리카라는 도시에 하루 머무르는 일정이다.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느낌이 나는 곳이다. 내가 찾은 호텔은 메인 지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더 한적했다. 큰 도시들만 여행하다 여기 오니 어찌나 맘이 편한지 몰랐다. 어제 호텔 근처의 동네 슈퍼를 가는데 어릴 적 갔던 시골이 떠올랐다. 작은 시골 마을, 밤엔 간판 하나 없어서 눈을 떠도 코 앞도 안 보일 정도로 한적했던 곳이었다. 이제는 개발이 되어 그런 느낌은 하나도 없겠지. 암튼, 그렇게 예전 어렸을 적 시골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시골마을 느낌이 났던 곳


부다페스트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가 주는 매력만으로 다시 가자고 해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었던 건 사람들이었다. 여행했던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경험을 했겠지만 말이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내가 경험한 한 일부분일 뿐이란 걸 언급하고 싶다. 예를 들면, 심카드를 사는데도 참 오래 걸렸다. 결국엔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가게를 방문했는데 우리를 도와주기 싫은 표정이었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살 때도 대기표를 뽑는데 영어로 되어있지 않아 잘못된 표를 뽑았다고, 심지어 나는 혹시 몰라서 헝가리 사람에게 물어봐서 제대로 된 표도 하나 더 뽑아서 두 개 있었는데 그 두 번째로 뽑은 대기표 번호가 될 때까지 다시 기다리라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어느 날, 푸드코트에 앉아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본 적이 있다. 웃거나 미소 짓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택시운전사가 설명하길, 요즘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로 화가 난 상태라고 했다. 시장에서 대놓고 빵 가격을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격에 5배 가까이 불러서 왜 가격이 다르냐고 묻자, 빵을 제자리에 던져놓으며 화를 낸다. 나한테 왜 화를 내지. 왜 60센트짜리를 왜 3불 넘게 내야 하는 거지.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참 아쉽다.


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


몬테네그로 사람들은 보는 사람마다 잘 웃는다. 아기를 너무 예뻐하고 여러 사람들이 우리 아들에게 뽀뽀한다. 여기 문화가 뽀뽀를 많이 하나보다. 사람들이 우리 아들을 너무 귀여워하며 볼도 만지고 목에도 뽀뽀하고, 볼에도 뽀뽀한다. 부모님마다 다르겠지만 난 그런 사람들이 싫지 않고 고마웠다. 애정을 표현하며 한없이 다정한 사람들이 반가웠다. 아마 그 전날 부다페스트에서 와서 더 가슴에 와 닿았나 보다. 호텔 직원들도 하나같이 아들을 보면 환히 웃고 장난쳐주고 과자도 준다. 지나가는 길에 할머니도 안녕하며 인사해주셔서 짧지만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

결국, 사람이다. 어느 나라에 살고 싶냐는 생각을 할 때, 그 나라의 경제상황, 환경,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복지 등등이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그런데 짧지만 2개월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나한테 묻는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너무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 같다.


별거 없는 것 같은 이 길거리를 걸으니 왜 이리 맘이 편하던지


결국에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들이 가진 문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세상 어디서 살든지, 미소 짓고 싶고 더 많이 웃고 싶고, 이웃을 사랑하고 품고 살고 싶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한다. 근데 무엇이 더 있다고 과연 더 행복할까. 그게 아닌걸 우리는 알면서도 뭘 그렇게 더 원하는 걸까. 나도 내가 일을 하는 엄마가 되면 더 성취감도 있고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지금 육아를 하는 엄마로 사는 삶에 만족하지 않으면 과연 내가 우러러보는 워킹맘이 된다 한들 더 만족할까. 여행을 하면서 오늘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연습이 쌓이다 보면 조금씩 내 마음에 감사가 쌓인다. 감사의 힘이 대단한 게, 오늘 감사하다 보면 내일도 감사할 마음이 더 생긴다. 중요한 건, 감사할 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거다.


포드고리카 다음으로 방문했던 부드바의 올드타운


(2017년의 여행기록이라서, 신체 접촉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대비되어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지난날을 되새겨보니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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