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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Jun 03. 2020

Love the life you live

크로아티아 브라크 섬

 'Love the life you live' 이 문구는 크로아티아의 '브라크'라는 섬에서 지냈던 숙소 화장실에 붙어 있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이 말이 계속해서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보기만 했는데, 매일 볼수록 이 문구가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나의 20대는 나를 사랑하는 걸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았음을 대학생쯤에 느꼈다. 원하는 내가 될 때까지, 내 자신을 닦달했고 채찍질했으며, 가만히 내버려 주지 못했다.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건 당연히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고요한 브라크 섬


어렸을 때,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불행을 언젠가부터 내 인생에 당연한 부분으로 받아들였고, ‘행복’ 이란 단어보단 ‘불행’ 이란 단어가 내 인생에 어울리다고 믿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래서 ‘행복’이란 단어를 쓰는 게 낯 간지러웠고 자연스럽지도 않았다. 그건 왠지 나는 누리면 안 되는 다른 세상의 단어인 것만 같았다.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살아갈 때 그 시간들 속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원치 않는 일들이 생길 거야, 하며 으레 불행을 기대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연 그게 정상일까. 그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바꾸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전에도 썼듯이, 변화를 원하면 무수한 연습이 필요하다. 내 잘못된 생각과 끝없이 싸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도전시키는 연습 말이다.


아기가 낮잠 잘 때 이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던 시간이 참 소중했다


행복한 시간들을 불안해하는 마음과 내가 과연 이걸 누려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은, 행복보다 불행에 익숙하며 산 기간이 더 오래되었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거다. 한 순간에 바뀔 수 없으니 너그럽게 그런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거다.


브라크 섬은 유달리 비탈길이 많았다


30대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화장실에 쓰여 있었던 문구처럼 말이다.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 간단한 말처럼 들리지만 참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삶을 아끼고 사랑할 때 오는 그 자유함과 감사함은, 현재에 집중할 때 누릴 수 있다고 본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많은 욕심 없이, 많이 소유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에 자족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싶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아이들 일 때가 많다. 아이들은 행복해할 때가 많은 것을 가질 때가 아니라 엄마, 아빠랑 눈 마주치며 놀 때이고, 파도가 치는 바다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깔깔거리며 자지러지게 웃을 때, 돌을 물에 던져 퐁당퐁당 소리를 들을 때이다. 다른 형들이 달리면 아무 이유 없이 쫓아다니며 똑같이 달리면서 크게 웃는다. 그게 그 아이에겐 행복인 거다. 그게 그 아이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인 거다.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결코 멀리에 있지 않다고 아이들이 우리에게 매일 곁에서 가르쳐준다. 단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인터넷도 잘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던 섬. 처음엔 불편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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