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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May 20. 2020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좋은 이유

몬테네그로 코토르

 몬테네그로에 가면 꼭 가야 할 곳이 바로 코토르이다. 그곳에 갔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올드 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는데, 그 옆의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이 뛰놀고 있어서 아들도 그 아이들과 함께 꽤 오랜 시간 놀았다. 그 식당에서 일하는 분과도 대화하고, 동네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동네 아이들은 착하게도 우리 아들을 잘 봐줬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 식당에 다시 가서 디저트로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시켰는데 한 조각을 서비스로 주셨다. 특별한 손님이라며 자기가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처음 겪은 서비스라 놀라웠고 감동했다. 공터에서 놀 때도 동네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잠깐 빌려주셔서,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탔었다. 생각해보니, 그게 아들이 자전거를 처음 타 본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아주머니의 배려심 덕분에 아들이 자전거 위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기해하던 그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두 번간 레스토랑에서 감동의 케이크 서비스를 받고, 자전거까지 빌려탔다. 사람냄새 가득한 코토르.


코토르에 와서 감사했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우리가 여행 계획을 바꾼 거였다. 사실 몬테네그로는 우리 여행 리스트에 있던 나라가 아니었다. 시드니에서 떠날 때, 여행 갈 나라를 거의 정하고 떠났는데 여행을 하면서 계획을 바꾼 게 몇 개 있는데 몬테네그로라는 나라가 그중의 하나이다. 사실 난 몬테네그로라는 나라 이름도 남편한테 처음 들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관광지여서인지 아직 때가 안 묻어 있고 사람들도 참 순박하다.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정보도 없었고, 그래서 어떤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기대 이상의 장소였다. 남편과 나는 "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림같은 도시, 코토르


코토르가 좋았던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디 가나 눈을 들어 보면 산이 보인다는 거였다. 카페에 앉아서도 산이 보이고 길거리를 걷다가도 산을 볼 수 있었다. 어딜 가도 산을 볼 수 있다는 게 그냥 좋았다. 고개를 들면 그곳에 변함없이 산이 있다는 게 든든했고 마음이 좋았다.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코토르 요새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때문이다. 코토르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요새인데, 올라가는 것만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올라가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와 그 안에 어우러진 마을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코토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관 중의 장관이다. 아기를 데리고 올라가긴 험한 코스여서,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기로 결정하고 내가 먼저 올라갔다. 혼자서 요새를 걸어가니, 괜스레 혼자서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땡볕에 높은 산을 걸으니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가장 힘들게 걸어 올라간 곳인 듯하다. 도착지를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멀게만 느껴졌지만, 중간에 쉬기도 하고, 꽃도 바라보며 걸어가니 결국엔 도착지에 다다랐다. 이번 여행에서 계속 중복해서 배우는 교훈은 바로 ‘과정’의 힘과 그 과정 속에서의 ‘집중’이다.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 중요한 게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 여길 걸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근처
혼자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찍었던 사진
코토르 요새를 혼자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뷰 중에 하나인, 코로르 요새에서 본 경관


코토르는 어디를 걸어 다녀도 그림 같다고 느꼈던 마을이다. 도시라는 말보다는 마을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걸어 다니면서 남편이랑 많이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는, 몇 년이 지나면 이 곳도 인기가 많아져서 지금 이런 느낌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거였다. 관광객들로 더 북적거리기 전에 이 곳에 오기로 결정해서 좋았다. 물론 지금도 관광객들이 꽤 있었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그래도 덜 한 편이다.

계획을 바꾸는 걸 그 어떤 것보다 싫어하고 불안해했던 내가,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이 세계 여행을 통해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계획했던 것을 바꿔서 더 많은 걸 볼 때도 많았고, 기대 이상의 경험들을 한 적도 많았다. 이런 이유들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마음이 열렸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불안할 필요도 없고 굳이 그 결과를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는 걸 배웠다. 빨강머리 앤이 말한 것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코토르에서 버스를 20분 정도 타면 갈 수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 페라스트(Perast). 두 개의 인공 섬으로 유명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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