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끈을 놓고 싶지 않다
결국에는 삶이 글이 된다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한 지 거의 세 달이 되었다. 그동안 다시 남편이 심하게 아팠던 몇 주를 보냈다. 체력적으로 정말 고된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중에 일주일은 극기훈련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은 첫째 아들의 유치원까지 1시 반 걸려서 둘째 아들까지 유모차를 태워 걸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다행히 나중엔 버스를 타고 등 하원 시켰다), 죽 챙기고, 애들 밥 챙기고, 씻기고 하다 보면 저녁을 챙겨 먹을 기운도 없어 시리얼로 저녁을 먹곤 했다. 밤에 잠이라도 푹 잤으면 모르는데, 둘째는 그 일주일 동안 유달리 더 자주 깼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렇게 언제까지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마저 아프면 절대 안 된다는 정신력으로 버티고는 했다.
그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은 일상, 둘째 아들이 낮잠 자는 동안 이 글을 읽게 되었다.
" 인생이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진리다. 가장 위대한 진리 중 하나다. 그것이 위대한 진리인 것은 우리가 일단 그 진리를 진정으로 보게 되면 그것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어렵다는 것을 한번 진정으로 알게 되면 - 일단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 인생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인생이 어렵다는 사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스캇 펙
삶이 고되었다. 육아도, 가족을 지키는 것도 참 고되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남편이 아팠던 몇 주가 상기되었다. 삶이 쉬울 수만은 없다. 버티다 보니 막막했던 터널을 뚫고 나와 원래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 그 터널에 있으면서 어쩌면 전보다 조금 더 튼튼해진 마음을 얻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막상 하게 되면서, 또 다른 터널이 다가오면 더 묵묵히 걸을 수 있겠지, 막연한 자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감사하게 만든 것처럼, 그 고된 몇 주가 이전의 빡빡했다고 느낀 하루가 사실은 감사했던 시간들이었음을 알려주었다.
위의 글귀처럼 삶이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면, 어렵다는 사실 그 자체에 연연하지 않는 걸 경험했다. 그래서 왜 유독 나만 육아가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왜 끊임없이 지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등등의 의문들을 마음에서 지우려고 한다. 그런 질문들은 어쩌면 날 더 구덩이로 이끄는 것만 같아서, 그 어두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서 말이다. 툭툭 털고 일어나서 걷고 싶다. 나만 이런 거 아니라고, 쿨하게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어제 잠들면서 드는 생각이 결국에는 삶이 글이 된다는 거다. 내 경험이, 내 고됨이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니 말이다. 글을 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동안 구독자 수가 31명으로 늘었다. 보잘것없는 내 글을 구독해주시는 그 31명을 생각하니 문득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기분 좋은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글을 더 성실하게 써야겠다. 아주 혹시나 내 글을 기다릴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을 다해 써보자,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하루하루 미루기 보다, 부족해도, 미완성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세상에 내어 놓자. '브런치'라는 세상이 날 더 밝은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것만 같아서 이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서른한 명의 구독자님들, 같이 끈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쑥스럽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