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먹고 어김없이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 옆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서 직원들 몇몇이 일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타일로 다시 데코레이션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하는 동안 사람들이 말하는 인도네시아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건, 일을 하면서도 서로 같이 많이 웃고 밝은 표정으로 있다는 거였다.
발리에는 보기만 해도 뭔가 기분 좋아지는 레스토랑이 많다. 여기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다.
호텔 앞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간 게 일 년도 더 되었다. 인도네시아 미용사는 머리를 엄청 느리게 자른다. 머리를 정말 한 올 한올 자르는 느낌이다. 간단한 헤어컷 하는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머리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 사람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도 장난도 많이 치고, 자주 웃고 정겨운 분위기이다. 이건 남편과 아들이 갔던 바버샵에서도 똑같았다. 서로 농담 치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서는 같이 일하는 사이에 사람들의 분위기가 정겹다. '정겹다'라는 말이 딱 맞다.
단편적인 것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미소가 많고 웃는 상이다. 길에서 지나다가 보는 호객을 하는 사람들도 다른 나라처럼 심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한 번 말하고 그만이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여기 이런 게 있다고 조근 하게 말하는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쿠타 비치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아직까지 느낀 인상은 그렇다. 쿠타 비치는 사람들도 많고, 쇼핑몰도 즐비해서 우리가 머무는 스미냑보다는 훨씬 번화하고 바쁜 동네라 할 수 있겠다.
쿠타 비치에서 유명한 비치 워크 쇼핑몰
마음이 편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미소 짓게 되고 감사함을 더 찾을 수 있게 된다. 우리 호텔 앞, 길가에 쓰여 있던 문구를 우연히 보았다.
" If you want to find happiness, find gratitude." ( 행복을 찾고 싶다면 감사를 찾아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태도를 대변해주는 말인 거 같다. 이 사람들이 더 여유롭고,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이 문구에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여기서 지내는 게 호주보다 불편한 게 더 많다. 호주의 여름 날씨보다 끈적해서 길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흔건해진다. 길은 너무 좁아 유모차를 가지고 다닐 수도 없다. 오토바이와 차들에 뒤엉켜 있는 도로를 신호등 없이 건널 때는 자주 망설여진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나오는 개들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일쑤이다. 한 번은 10마리 정도의 큰 개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크게 짖고 위협해서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두 번째 머물렸던 호텔 밖의 풍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 좋다" 혹은 "아, 행복하다"라고 더 자주 말하는 건 이 곳이다. 불편하고 적응하기 힘든 것들이 더 많은 곳인데도 말이다. 편하고 적당히 좋은 것과 불편하고 더 행복감을 느껴지는 것, 참 신기하고 이유를 설명할 수 조차 없다. 우린 그렇게 만들어졌나 보다. 새로운 곳, 처음 보는 것들,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우리 마음에 스며드니 이 곳이 참 좋다. 숙소 앞에 들린 편의점에서 살가운 대화를 하는 게, 하루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한다. 더위가 잦아드는 늦은 오후에 낯선 길거리를 가족과 함께 슬슬 산책하는 것도 좋다. 소나기가 오는 날, 호텔 방에서 비 오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텔 안에서 늘어져 있는 것도, 그런 시간도 충분히 좋았다.그런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서 그랬나 보다. 어느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발리가 참 많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