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blond

2010.9.22

by 물구나무서기

이사하면서 마트에서 처음 고른 맥주
레페 블론드(leffe blond).

시내 맥주바에서 흔히 사 먹을 수 있는 벨기에 맥주는
레페 브라운(leffe brown)이 있다.

레페 블론드와 레페 브라운은 레페 브라운과 레페 블론드의 알코올 도수는 각각 6.6%, 6.5%다. 비교적 높은 편이다.

blond는 불어로 남성의 금발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londe가 여성의 금발이라고.

대학생 때 유럽여행할 때 벨기에에 2~3일 정도 머물다
벨기에를 떠나며 마트에서 이런저런 맥주들을 집어들고
유레일을 탔던 기억이 난다.

맥주의 진하면서도 달콤한 맛에 너무 행복해했었다.
벨기에를 떠나는 게 아쉬울 만큼.

벨기에는 프랑스에 접경한 국가라서 그런지
음식 등 먹을거리가 매우 훌륭하다.
프랑스보다는 덜 부담스러운(심리적으로?) 물가가 한몫했을 수도 있다.

유럽여행할 때 많은 맥주를 먹어봤고 국내에서도 여러 맥주를 먹어봤지만, 레페 블론드는 접해보지 못했던 맥주.

입에 익숙한 레페 브라운을 골랐다가,
옆에 있길래 고민하다 '맛만 보자'라는 생각에
그냥 집어들었던 맥주가
내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짓게 하는 아이템이 될 줄이야.

처음에는 블론드라고 해서 으레 그렇듯 여성의 금발을 떠올렸지만,
남성의 금발도 꽤 잘 어울리는 맥주다.

레페 블론드를 잔에 따르자
흰색 피부와 같은 부드러운 거품이 잔을 가득 메운다.
거품이 터져 내리며 황금색의 맥주를 야금야금 만들어내고
금발에 대한 환상이 완성된다.

레페 블론드는 정향나무 향을 가미했다고 한다.
그래서 향기롭다.

정향나무는 이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듯
향기를 듬뿍 담아 풍기는 나무라고 한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여기서 '끝내주는' 향기가 난다고 한다.
이 나무를 만나면 한동안 냄새에 취해 떠나기 싫을 정도라고.

향기나는 금발이 만들어내는 맛은 달콤하다.
그러면서도 진한 맛을 안겨준다.

냉장고에 한가득 보물처럼 간직하고픈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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