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들었는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위대한 개츠비'

by 물구나무서기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그 제목만큼이나 ‘위대한 소설’로 자리잡아 출판된 지 100년이 가까워오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위대한’이라는 단어가 사람의 생각을 사로잡는 힘이 워낙 강력해서 독자는 처음 읽을 때부터 끝까지 위대한 개츠비를 골똘히 찾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결국 이렇게 외친다. “도대체 개츠비는 왜 위대한 거야?”


이러한 질문은 비단 한국의 독자들만에게 국한된 것은 아닌가 보다. 구글에서 영어로 “why is Gatsby great?”라는 질문으로 검색해보면 많은 질문과 답변이 나온다. 질문도 가지각색, 해석도 가지각색이다.


어찌 됐든, 공통적인 결론은 개츠비의 위대함을 미로의 끝처럼 굳이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소설을 읽고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츠비가 탐욕의 1920년대 미국에서 일편단심의 사랑을 추구한 점이 위대하다거나, ‘위대한’이라는 제목 자체가 개츠비와 당시의 허무한 사회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 등이 있지만 무언가 ‘위대하다’라는 표현에 생기는 갈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과거의 시대상, 우연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미스테리한 그제목을 풀어줄 단서가 소설 안에 없다면, 소설 밖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이는 개인적 추정일 뿐이다.



1. 맥스웰 퍼킨스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든 첫 번째 흔적은 출판사 편집인 맥스웰 퍼킨스이다. 피츠제럴드와 절친이었던 퍼킨스가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고 제안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였고 결국엔 이 제목이 낙점을 받아 출판됐다는 것이다.


perkins.png 맥스웰 퍼킨스


피츠제럴드가 생각한 원래 제목은 ‘황금모자를 쓴 개츠비’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 빨강, 하양과 파랑 아래서’(성조기를 뜻함) 등이었다. 퍼킨스는 개츠비의 제목 아이디어를 듣고, 편집인 특유의 감각을 내세워 ‘위대한 개츠비’를 고집했고, 결국 그 제목의 소설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퍼킨스의 감각이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작가는 농부처럼 허리 굽혀 땀 흘리고 흙이나 만질 줄 아는 생산자였으나, 편집인이 특유의 감각으로 판로를 확보한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책이 출간된 1925년 위대한 개츠비는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이전에 다른 작품을 통해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둔 피츠제럴드에게 충격과 방황을 안겨다 준다.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얘기도 있다.



2. 피츠제럴드의 죽음

1940년 피츠제럴드가 심장마비로 44세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게 되면서,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드는 두 번째 흔적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그의 훌륭했던 과거 작품이 회고된 것이다. 1940년 12월 23일 뉴욕타임스가 쓴 피츠제럴드의 부고기사에는 작가의 생전 최고의 작품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언급된다. “The best of his books, the critics said, was ‘The Great Gatsby.’… it received critical acclaim.”


그리고 1941년 에드먼드 윌슨이 위대한 개츠비를 재출간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부활의 역주행’을 하기 시작한다. 출간 당시에는 대중에게 외면 받았지만, 사후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fitzgerald_purple.jpg F. 스콧 피츠제럴드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된 1925년은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승리에 취해있던 시절로 이른바 ‘Roaring twenties’라고 불릴 만큼 흥청망청하던 시기였다. 어찌 보면 술과 퇴폐적인 생활이 현실의 일상이었던 시절에, 타락의 모습을 그리고 이에 대해 냉소적인 마무리를 그린 소설 따위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환락의 1920년대가 지나가고 1929년 대공황,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시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이른바 위대했던 경제와 국가,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3. 미국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든 세 번째 흔적으로 보이는 것은 1942년 전장에 일련의 소설들이 전해졌는데 여기에 ‘위대한 개츠비’가 포함됐고, 군인들에게 그 인기가 ‘핀업걸’을 능가할 만큼 폭발적이었다는 것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면 미국에서는 개츠비가 무일푼의 인생에서 부를 일궈낸 위대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는 해석이 종종 보이는데, 당시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미국을 상징함으로써 전장의 청년들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일정부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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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개츠비는 소설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의 경력을 자랑함으로써 당시 군인들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있었고, 데이지와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기 위해 군생활을 무리 없이 마치고 제대 후 멋지게 살아갈 목표로 삼게 되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으리라 짐작된다.



위대함에 대하여

‘위대한 개츠비’는 영어 원문을 충분히 읽고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읽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다. 문장의 표현 등에 대해 미국의 비평가들이 호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실상 ‘위대한’의 시작은 편집인 맥스웰 퍼킨스였는데, 그가 왜 ‘위대한’을 고집했는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정말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위대함을 오늘 우리는 여전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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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뒤져서 찾아본 내용이 꽤 있는데, 저의 부족함 등으로 인해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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