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by 물구나무서기



프리드리히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쓴 것은 1883~1884년이다. 니체의 생을 보면, 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그의 생에 있어 특별한 시기로 생각된다.


니체는 1882년 로마에서 살로메라는 여인을 처음 만나고, 이후 두 번의 청혼을 하지만 거절 당한다.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 출신의 살로메는 매우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고 한다. 니체는 첫눈에 살로메에게 반했는데 두 번의 청혼 중 첫 번째는 친구 ‘레’를 통해서 했다고 한다.)


실연에 이은 집필.


그는 책에서 ‘아이와 결혼에 대하여’라는 주제로도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 간다.




잠시 동안의 어리석은 행위들, 그대들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대들의 결혼은 잠시 동안의 어리석은 행위들을 종결시키는 하나의 길고 긴 어리석음인 것이다…
그대들은 언젠가는 자신을 넘어서서 사랑해야만 한다! 그러니 우선 사랑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그대들이 사랑의 쓰디쓴 잔을 마셔야만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창조한 자들보다 더 나은 사람 하나를 창조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 이것을 나는 결혼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지를 실천하려는 상대방에 대한 외경심을 나는 결혼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그대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이고 진리이기를. 그러나 많고 많은 어중이떠중이들, 이 인간 쓰레기들이 결혼이라고 부르는 것. 아, 나는 이것을 무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 책 p.120~123 ‘아이와 결혼에 대하여’




“그러니 우선 사랑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그대들이 사랑의 쓰디쓴 잔을 마셔야만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많고 많은 어중이떠중이들, 이 인간 쓰레기들이 결혼이라고 부르는 것. 아, 나는 이것을 무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제목처럼이나 상당히 많고 다양한,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니체는 자신을 고정되게 두지 않고 자유롭게 방임했으며, 신과 진실 등 각 개인을 종속되게 만드는 존재를 모두 거부한다. 이것이 자유의지이며 인간으로서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자유는 그 범위가 한정되지 않고 일반인들의 생각 이상을 뛰어넘는다. 이것이 혼란을 야기하고 그의 책과 글을 어렵다고 느끼게 만들며, 이러한 속성을 통해 니체는 두고두고 회자가 된다. 니체라는 사람, 그가 남긴 작품들이 정답을 가지지 않고 다양한 해답을 가지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아주 풍성한 안주거리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부터 모든 것을 말했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던, 책의 부제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이라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니체는 아주 많은 것을 강한 어조와 강하면서도 난해한 표현으로 말했고 이로 인해 그 벽이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사실상 그는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그의 책을 읽은 독자는 아무 것이나 쓸 수 있는 흰 도화지를 받은 셈이다.


니체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으며, 이를 거침없이 책으로 남겼다. 심지어 살로메에 대한 (언뜻 보면 어설퍼 보이는 방식으로) 사랑과 청혼이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음에도(키스는 한 번 했다고 한다),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해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한다! 말하고, 자신은 매우 성스러운 결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결혼이 어중이떠중이와 인간쓰레기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일갈한다.


갈비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치아만 건강하면 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면 그만한 체력과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었고, 그가 인생 후반부를 고통스럽게 보내면서 단명한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재미를 알았다.

그리고 자신을 제물로 삼아 모든 인간들이 그 재미를 느끼기를 염원했다.

흰 도화지, 풍성한 안주거리. 줘도 못 그리고, 줘도 못 먹는 어중이떠중이는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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