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개천 흐르는 산책길에 무심히 서 있는 그대를 봅니다
살랑이는 바람에 붉게 피운 얼굴이 수줍기도 하여라
가녀린 몸을 바람에 맡긴 채 한번 울면 툭 스러질 자태로
가을비 내리던 그 차디찬 밤을 이겨낸 그대는 무엇입니까
새하얀 미소는 그대를 바라는 청순함의 정인이었던가
분홍빛 수줍음은 그대를 바라보며 상기되는 두 뺨인가
붉은 흔들림은 밤마다 그대로 바스러진 정염이었던가
쪽빛 한줌에 올해의 마지막인 그대를 절구에 담습니다
이명이 들리는 것은 아마도 저의 심장소리겠지요
그대를 나의 손에 소중히 담은 채 사각사각 그려봅니다
아직 짙어지지 않은 주홍빛에 마음이 아려오네요
오늘 밤 한번 더 곱게 나리면 그대도 붉어지려나요
내 맘 이리 붉게 붉게 물들이는 그대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