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그 어려움

수필

by 수리향

이번 주제를 받았을 때 퍽 난감했다. 사람들과 수월한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움을 느끼는 나에게 이런 주제는 참 버거운 것이다. 차라리 클래스와 오브젝트의 관계를 설명하라면 하겠는데, 내가 글쓰기 모임을 하는 것이지 프로그래밍 스터디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에게 ‘인간관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일주일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북적거리를 가족 관계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나 같은 사람에게, 관계라는 것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굳이 만들어서 좋을 게 없는 그런 것인 것 같다.


물론 좋은 사람들에게서 받는 에너지와 정서적 유대감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사회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으며(그래서 더 감사하게 생각하며),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직장이 학교라 1년 단위로 주변 사람들이 바뀐다. 떠나보내기 아쉬운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함을 느끼며 떠나보내는 것 같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을 극히 선호하고 어떤 인간관계에도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나에게도 때로는 보내기 아쉬운 인간관계가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굳이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서로를 그리워하게 하였으니, 아무리 이성이 발달하고 혼자 놀기를 좋아해도 신의 섭리를 반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유를 따져 보면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고 근본을 따져보면 종족 번식 본능 때문인데,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다해도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생식 기능이 사라지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면 지금 빨리 끝내고 싶다. 인간관계 중 가장 어렵고, 감정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바로 이성에 대한 마음이니까. 그런 것 없어도 살아가는 데 하나의 지장도 없으며 오히려 없으면 일도 생활도 잘하고 사는데, 생겨버리면 나를 너무 약하게 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감정이 생기면 이성의 작용을 방해하는데 이걸 그냥 놔두면 끙끙 앓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잘 풀어주어야 한다. 그럴 때는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산책을 하기도 한다. 할 것도 많은 나의 일상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드는 이성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성으로 느껴지는 사람과 느껴지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무엇일까? 그것은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가 아닌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섞기 힘들고, 후자의 경우는 거의 동성과 차이 없이 말도 잘하고 장난도 잘 친다. 그래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하고 정작 전해야 할 마음은 전할 수 없어 끙끙 앓기도 한다.


그렇다면 관계를 맺고 싶은 이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건 참 어려운 것 같다. 기준은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을 볼 때는 외모와 옷차림을 먼저 보지만 지금까지 한번 보아서 머리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여러 번 보아야 그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분위기가 보인다. 사람들 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가 있다.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어느 순간 한눈에 들어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러 번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도 뒷모습만 스쳐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여러 번 보아도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성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란 무엇일까? 분위기란 상당히 복합적이라서 무엇 하나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


만약 관계에 대한 욕구를 조절할 수 있다면,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한 온기를 느낄 만큼만 관계를 맺고 끝내면 좋을 텐데. 하지만 관계란 참 쉽지 않아서 그 관계를 맺고 맺은 다음부터도 어렵다. 차라리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것이 가장 내가 온전할 길일까? 아니면 관계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일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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