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카페

스터디 카페

by 수리향

방콕파인 나에게도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하는 건 공부뿐인데(직장인 대학원생의 비애...) 집에서 똑같은 벽을 쳐다보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내 취향에 맞춘 Bar 책상에서 공부하긴 하지만, 가끔은 스타벅스 Bar 탁자에 앉고 싶다. 같은 책상이라도 공간 하나 달라지면 완전히 기분이 달라지지 않는가. 그런데 주말에는 스타벅스에 얼마나 인간들이 많은지.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그 큰 스타벅스 매장 안에 다 모이는 것 같다. 도서관은 주말에 오후 6시까지 밖에 하지 않고 인터넷과 전원선을 쓸 수 있는 도서관은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불편하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가끔 기분 전환 삼아 스터디 카페에 간다. 대학원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직 학생증도 못 만든 데다(곧 졸업이거늘) 조별 과제도 아닌데 굳이 찾아갈 만큼 열의에 넘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국 선택하는 곳이 집 근처 스터디 카페. 독서실인 듯 독서실 아닌, 카페인 듯 카페 아닌 곳을 원하는 카공족을 위해 만들어진 이 스터디 카페는 사실 인테리어가 잘 된 독서실에 가깝다. 그래도 과거의 그 비좁고 닭장 같던 독서실보다는 훨씬 밝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여기 오면 어린애들 사이에서 공부할 수 있다.(웃음)


딱 봐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그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애매하게 옷을 입고 앉아 공부하다 보면 교사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그냥 30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 나는 지금 나이가 되었을 때 무엇이 되려고 공부했던 걸까? 사실 그때의 나는 아무런 욕심도 아무런 것도 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알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자꾸 생겨난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의 이상은 현실과는 멀어지는 것 같고 어쩌면 나도 이제 안주할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조차 생겨난다.


나는 나의 이상을 위해 너무 많이 변했고 현실은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고.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안주할 수 있다면 그냥 순응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왜 나는 그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순응하지 못했던가. 차라리 순응하고 받아들였다면 내가 사랑했던 것들, 존경했던 이들을 잃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었을까. 그건 잔나비의 농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나에게 너무 긴 상처를 남겨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간극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 어떤 것도 나의 잘못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과거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가끔 떠오르는데, 찰나의 그것을 다시 잡을 수 있다면,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도록 산산이 깨어져 버린 것들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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