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커튼을 치고 어둠이 더 들어오지 못하도록. 밤바람이 창을 두드리고 기억 저편을 소환해. 느릿느릿 자판을 두드리며 이미 지나버린 동영상을 다시 플레이해보아도 맞춰지지 않는 퍼즐처럼 그렇게 남아 있어.
삶은 불확실하고 차갑고 진 비가 내리는데, 왜 그렇게 운명이란 이름으로 보채었던 건지.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잘 피해서 내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내 자리는 없고 나는 이미 다른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피하려 하면 자꾸 다가오고 닿으려 하면 닿지 않는 것처럼 내가 한발 다가섰으니 이제 도망가 버릴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그 말 대로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살기 위해 그 지독한 괴롭힘도 편견도 더러움도 다 버티었는데, 이제 그 말을 어기고 있다. 아니 더는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지적하지도 않는다.
감사를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하지만 그전에 내가 잃었던 것들 겪었던 것들을 기억하기 바라. 나는 잃기만 했으며 그 덕분에 얻기만 했는데 조작된 사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지.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는 건 없으며 결국은 이 길 어딘가에서 베일을 벗고 조우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서로 어떤 얼굴을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