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쓰는

by 수리향


낮에 커피를 너무 많이 먹었다. 전날 과제하다 밤을 새우는 바람에. 결국 그 커피로 또 밤샘을 해야 할 상황. 몸도 좋지 않고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각성된 몸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다행히 밤샘할 때는 풀리지 않던 문제는 다음날이 되자 술술 풀리는 마법을 보여준다. 잘 안 풀릴 때는 역시 매달리지 말고 적당히 시간을 두어야 하는 것인가.


오랜만에 교정에 학생이 없어졌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썰렁하고도 한가한데 하늘만 맑고 뭉게구름만 가득했다.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며 프로젝트 공부를 하다가 점심시간에 커피를 사 먹고 들어와 생각해보니 벌써 11월의 3분의 1이 지났구나. 파이널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은 되는데 더디게 쌓아져 가는 나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세미나에서 논문 선택자들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몰랐는데 논문을 선택한 선배들도 있었고 이미 수준 높은 연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다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저들처럼 연구를 할 수 있는 위치였다면 그럼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변명 혹은 아쉬움. 그럼 조기졸업을 핑계(?)로 이렇게 쉽게 논문을 놓아버리지 않았을 텐데. 나이라는 것은 숫자에 불구하다지만 그 숫자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되다 보니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탐색대에 던져진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내가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은 주변의 영향도 있지만 나 자신의 선택과 좌절, 그리고 능력에 의해 있는 것이니까.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미 여기서 채우고 싶은 것들을 채워 넣었지만,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왜일까. 어쩌면 나는 만족이란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지도. 그래서 자꾸 나를 비우고 채워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려는 것일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고 싶은데 찾았다면 찾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더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걱정은 결국 잠을 먹는 것 말고 하는 것이 없는데. 아직 결정 난 것은 없으니 그리고 그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니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러니 걱정 말고 잠에 들자. 밤은 길지 않고 내 인생은 앞으로도 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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