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서류에 나도 모르게 독촉을 해버렸다. 성질이 급해서. 하지만 그렇게 받아본 서류는 나보다 더 급하게 독촉하더라. 엄청나게 빠른 기한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한국에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름 달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속도가 사실 느린 것이란 것도.
왜 그렇게 촉박하게 날짜가 잡혔는지.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빨리 떠나라는 이야기인 것일까. 정리할 시간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리는커녕 그냥 다 버리고 가야 하겠구나. 더불어 다가오는 기말고사에 숨도 쉴 수가 없다. 오늘부터 잠 줄이고 바짝 공부하며 서류만 준비해도 정신 차리면 가방 하나 들고 비행기를 타러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어서 가라 독촉하는데, 다시 돌아올 수는 있는 것이냐. 이렇게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 앞으로 도대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면 이런 느낌일 것이란 것을 오늘 처음 느꼈다. 한 달 뒤에는 내가 밟고 있는 땅이 이곳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 잠시 아찔했다. 엄청난 속도에 멀미가 느껴진다.
찾는 것들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시간의 바깥을 돌아 돌아 그렇게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지만 또 이루어진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오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던 서류를 받자마다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는 것처럼. 결국 이래도 저래도 불안할 뿐이구나.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사뿐히 밟고 난 어차피 나아가리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