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왔다. 중국 쪽에서 유학이나 채용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데 온통 한문과 영어 투성이인 양식을 보면서 걱정이 많았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아닌 것 같아서 대학병원에서 하려다 취소하고, 서울에 있는 중국 유학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주말에 검진을 받고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하여 결과지를 수령하였다.
서울은 인천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사람은 많은데 그냥 기분 탓인지. 무겁고 큰 코트가 몸을 짓누르고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가 두꺼운 스타킹을 뚫고 두 다리를 꽁꽁 얼게 했다. 출근길에 엉덩방아를 찧었던 허리가 아직도 아리는 것 같았다. 주말에 왔다 갔다 할 때는 별로 긴 거리가 아니었는데 왜 이리 무겁고 길게 느껴지는 걸까? 퇴근시간과 맞물린 지옥철 때문일까?
그렇게 느린 급행은 처음이었다. 더불어 열차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낑겨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요 근래 일이 너무 많아서 너무 체력 소모가 컸던 것인지 몸이 힘들어서 중간에 내려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 잘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주말부터 기말 프로젝트도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해서 이를 악물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어차피 출국하고 호텔에서 쉬어야 할 나날이 길지 않은가.
곧 공증 서류도 도착하고 이제 모든 서류가 완료되었다. 요 근래 너무 중요한 일들이 겹쳐서 과연 기한 내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졸업 프로젝트도 ITQ도 순조롭게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인간은 닥치면 다 하는 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여권도 서류도 생각보다 빠르게 완료되고 착착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너무 잘 찾아서 잘 진행되는 것인지, 그냥 운이라는 순풍을 타고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인지 조금 헷갈린다.
혹시나 건강검진에 이상이 있어서 리젝트 당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는데, Normal과 Negative가 빼곡한 서류를 보면서 그 동안 마음 고생에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진 모함을 당하다 결국 떠나는데 알고보니 모조리 ‘해당 없음’으로 판명나다니.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1명이 그렇다고 하면 의심을 하고 그것이 열명, 백명, 수천명 그렇게 소문은 진실이 되고 결국 나조차 왠지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모든 이들이 나에게 눈이 빨갛다 하면 정말 빨간색인가 믿을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한국 사회는 나를 빨간 눈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는 빨간 눈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낙인이 찍혀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냐. 아니 돌아오고 돌아오지 않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 하지만 그 때에도 나에게 빨간 눈이라 하는 사회에 나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