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 변치 않는 것

by 수리향

어차피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변하지 않아. 때문에 어떤 선의도 희생도 무의미하고 결국 누군가의 치적 한 줄로 남아 그를 위해 나머지는 오물 속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그에 대한 사과를 받는 것조차 조롱의 대상이 된다.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은 그렇다. 나는 그것을 이미 경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흙탕 속으로 굴러가던 공의 방향을 0.1도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 얼마나 진흙탕 속에서 희생할지 알 수 없지만.


한복을 입으면 인민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한다. 마치 오줌싸개를 놀리면 버릇을 고칠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필요하다면 국경을 넘을 수 있고 국적을 바꿀 수도 있는데. 산 너머에 외눈박이들이 산다고 수군대는 것처럼, 두려움이 혐오로 변질된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울타리 속에 갇혀 웅성대는 코흘리개들을 만난 것 같다.


어차피 그런 이들 버려두고 내 생각대로 또 뚜벅뚜벅 걸어가겠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많은 우려와 조롱은 결국 생각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일 뿐. 나는 두려움이 없어졌어. 낭떠러지에 너무 많이 굴렀거든. 내가 선물 받은 건 지금까지 수많은 돌부리와 낭떠러지였지. 하지만 그 낭떠러지 아래에도 길이 있고 낭떠러지도 결국 수많은 길들 중 하나더라. 그리고 이제는 그 길이 줄 서서 가야 하는 닳고 닳은 길보다 더 편하더라.


떨어지는 건 언제나 아프지. 그 아래 정말 많은 가시덤불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사실 무서워. 그 작은 산들바람에도 모진 대가를 치렀는데 이번에는 어떤 대가가 기다릴지. 나는 안다. 적당한 때에 그것을 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겸손이란 이름으로 스스로를 흙 속에 묻지 않으면 진짜 흙 속에 묻히리라는 것을. 그렇게 숨 죽이다 나머지 시간들은 또 떠밀려져 가시덤불을 헤매고 있을 거야. 그러니 덤불을 떠나더라도 원망하지 않기를. 그건 너무 아프고 견딜 가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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