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by 수리향

아침부터 자욱한 안개처럼 내 머리도 자욱한 현기증으로 뒤덮여 있다. 마지막 과제 때문인지, 점심때 먹은 게 체한 것인지, 멀미가 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토할 것 같은 느낌. 역시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연말이라 몸이 지친 것인지, 아니면 시험이 끝날 때쯤 되니 긴장이 풀려서 몸이 아픈 것인지. 출국 준비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부모님께 처음으로 출국 사실을 알렸다. 카드 사용 정지를 요청하면서...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며 카드를 드렸는데 이제는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도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사용했겠지. 생각해보면 나를 위한 일이라고 시작하셨던 것 같은데 결국 그것이 서로 힘듦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가족이란 서로를 위해 각자 힘듦을 감수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방식이 서로에게 맞지 않아서 힘들었던 것인가. 그냥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있었다면 좀 더 편하고 좋은 관계였을 것 같은데 그 거리의 기준이 또 서로 다른 것도 같다. 백화점 옷을 사 입으면 고급진 여성으로 대접받을 것 같다는 부모님과 그것이 한심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그냥 부모님이 원하는 옷을 받아들이고 입고 그렇게 살면 서로 행복한 걸까? 그렇게 무난하게 살면 되는데 왜 가끔 그런 것들이 참을 수가 없는 걸까. 그런 나를 보며 부모도 참을 수 없었던 걸까? 자라난 환경과 시대가 달라서 인지 아니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사소하게 갈라진 틈을 볼 때마다 우리는 부드러운 흙을 밞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한국에서도 그 많은 이들의 증오를 받은 것도 해달란 대로 해주지 않아서 일까. 서로 바뀌기를 원하고 바뀌지 않으니 결국 마찰만 나고 접점은 발견할 수 없는 것 같다. 좀 더 거리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렇게 가다가 아예 만나지 못할지라도. 그렇게 멀어졌다 서로가 필요 없음을 알았다면 각자 갈 길을 가면 되고, 사실 서로가 필요했다면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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