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튿날이 밝았다. 방은 쾌적한 편이고 창은 막혀 있지만 남향인 통창이라 볕도 잘 들고 바깥 풍경도 예쁘다. 다만 겨울이라 그런지 공항 주변이라 그런 것인지 주변이 좀 황량하다. 중국은 한국보다 시차가 1시간 느려서 여기 시간 5시가 한국에서는 6시이다. 어제는 기상 시간과 밥 시간이 한 시간 씩 맞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오늘은 바로 적응이 되었는지 아침에 30분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서 조깅을 나가거나 추우면 요가를 하는데, 여기서는 바닥 문화가 아니다 보니 요가를 할 수 없어서 간단한 체조를 했다. 아무리 걸어도 하루 5000걸음을 채울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방이 넓다 한들 밖에 나가는 것만 못하니.
격리 중 아침은 죽이나 빵, 샐러드 같은 간편식으로 나온다. 아침보다는 아침 간식을 많이 먹는 편이라 빵을 남겨서 냉장고 안에 보관했다.(그리고 곧 먹었다.) 호텔방에는 전자렌지는 없고 작은 냉장고와 전기포트가 하나씩 있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처음에는 위생 이야기가 많아서 가져온 라면포트로 물 끓였는데 하루만에 귀찮아져서 그냥 호텔방에 비치된 포트를 이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짐 줄이려고 군것질 거리를 적게 사와서 먹을만한 게 사탕이랑 초콜릿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씩만 사와서…. 출국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하루 사탕 1개씩만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있을 때는 교무실에 항상 학생들 줄 사탕과 젤리, 과자가 넘쳐나서 내가 얼마나 먹는 줄 몰랐는데 막상 격리되고 한정된 사탕 식량으로 하루를 나다 보니 줄어드는 속도가 무섭다. 그래서 현지에 계신 선생님께 사탕이랑 과자 좀 넣어달라고 부탁드렸다. 공부(?)할 때에는 단 것을 어느 정도는 먹어 주어야 머리가 돌아가므로.ㅋ
물은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하마처럼 먹고 있다. 반찬이 짜서 그런 것이 아니면 무슨 병이라도 난 것 같은데…. 일어나자 마자 3통을 해치우고도 모자라 계속 차를 마시며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어는 오기 전에 선물 받은 중국어 여행용 회화 책자와 파파고를 병행하면서 보고 있는데, 막상 호텔 전화가 걸려오면 급 긴장한다. 어차피 전화는 다른 방의 선생님 아니면 하루 2번(8시, 16시) 하는 체온 체크를 빼먹었을 때만 걸려온다. 외부 전화와 국제전화는 안 되는 것 같다. 핸드폰 유심이 홍콩 전화번호가 있는 유심인데 아직 전화가 성공한 적이 없다. 내가 바보 인지, 아니면 원래 안 되는 것인지. 다행인 것은 전화번호가 있는 덕분에 신원정보만 넣으면 알리페이가 된다는 점이다. 알리페이 투어패스만 되는 줄 알았는데 알리페이 자체로 송금이 되어져서 조금 놀랐다. 투어패스도 되어서 한국 체크카드와 연계해서 알리페이도 넣어보았다. 어서 사용하고 싶은데 다음 호텔은 2주가 남아서…. 다행인 것은 그 다음 호텔은 1주만 있으면 되고 바로 집(집도 구했다!)으로 들어가 격리하면 되어서 돈이 좀 굳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월세가 1000위안인데 호텔 체류비가 하루 500위안이나 된다. 이것은 낭비가 틀림 없다.
격리 생활 중 소일거리가 인터넷과 넷플릭스다 보니 점차 인터넷과 VPN에 대해 박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중국에서 인터넷이 가장 잘 되는 것은 역시 중국 내수용폰이고 그 다음은 아이폰인 것 같다. 나는 폰을 총 3개 들고 왔는데 갤럭시S10e(한국폰), 아이폰5s(애플), 하이센스A5(중국내수폰)이다. 여기서 가장 호환성이 좋은 것은 하이센스A5인데 이건 e-ink단말기라 책읽기 전용이지 실제 폰으로 사용하기는 불편하다. 그래서 중국 유심을 갤럭시에 넣고 한국 유심은 아이폰에 넣었는데 아이폰은 너무 구형이라 느리긴 하지만 중국 와이파이도 잘 되고 카톡도 잘 된다.(심지어 VPN 없이 보이스톡이 가능하다.) 갤럭시는 아무래도 중국에서 전파인증을 못 받은 것인지, 한국 전용이라 그런 것인지 와이파이가 좀 불안정한 편이다. 물론 교육청 보안 프로그램이 잔뜩 깔린 윈도우즈 노트북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노트북에서도 VPN을 사용하는데 스마트폰에 비해 그 속도가 느린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답답해서 학생들이 교육청 서버 경유할 때 많이 사용하시는 GoodbyeDPI를 써봤는데 모든 버전이 다 막혔더라. 작년 초만 하더라도 되는 것 같았는데 중국 정부가 노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노트북은 와이파이가 수시로 끊겨서 대부분의 것들은 아이패드로 하는 중이다. 아이패드로 중국어 공부도 하고, 수학 교과서도 풀고, 넷플릭스도 보고 브런치도 쓰고(접이식 키보드 들고왔다) 코로나 격리 필수품으로 등극했다. 참고로 한국 유심은 알뜰폰 1900원 짜리인데 출국 전에 해외 로밍 풀고 왔다.(해당 알뜰폰 홈페이지에 가면 다 설정 가능하다.) 로밍 요금은 문자 수신 무료, 문자발신은 22~33원, 전화는 수신 발신 모두 1.98원/초이다. 그러니까 1분 통화하면 상대랑 나랑 120원이 나가는 것이다. 아까 1분 통화했는데 해외라고 하니까 상대가 어찌나 안절부절 못하던지… 요금을 미리 말해줄 걸 그랬나 보다. 로밍도 적당히 사용하면 매우 도움이 되니 되도록 풀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