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의 자가격리 정책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중국 정부의 자가격리에 대한 정책은 매우 단호하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에서는 방역 패스 하나로도 난리인데 이렇게 강제적인 자가격리를 하라고 하면 아마 폭동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수많은 인구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며, 이렇게 일사불란하고 단호하게 대처해도 감염병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가는 지역은 작년 4월 이후 확진자가 0명인 청정구역이다. 하지만 그 청정구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은 무려 6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중국에서 자가격리는 지정된 호텔 격리와 일반적인 자가격리가 있다. 호텔 격리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으로 공항에서 내리는 즉시 소독과 PCR 검사를 받고 바로 버스에 실려 지정된 호텔에 격리된다. 호텔은 선택할 수 없으며 방도 당연히 선택할 수 없다. 호텔은 꽤 좋은 편이고 따라서 가격도 하루 500위안 정도로 꽤 나가는 편이다. 외국인이나 해외 입국자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이동하는 모든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호텔 격리를 해야 한다. 출국장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는 여기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집이 있는데 호텔에 돈 내고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며 한탄하더라. 우리에게는 왜 이런 시국에 입국했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하하하 웃었다.
호텔 격리는 입국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14일(14*24시간)이다. 내가 일요일 14시 11분에 입국했으니까 두 번째 돌아오는 일요일 14시 11분에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것이다. 호텔에서는 어제 밥과 함께 놓고 간 종이에는 호텔 격리 해제된 이후 어디로 갈지 행선지를 밝히라고 나와 있다. 만약 근방에 집이 있다면 신고하고 집에서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공항이나 기차를 통해 또 이동하게 되면 해당 비행기 편과 기차 편을 알리고 단체로 이동해야만 한다. 나는 헐렁한 한국을 생각해서 여기서 호텔 격리 끝나면 살짝 시내를 돌며 관광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이 시국에 관광이라니… 정말 택도 없는 일이었다. 진짜 이게 가능했다면 베이징 올림픽도 보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러면 나는 교정을 밟기도 전에 중국에서 강제출국조치를 당할거다.
그렇게 기차로 이동 후 또 호텔 격리를 1-2주 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곳에서도 호텔 격리 2주 + 자가격리 2주인 줄 알았는데 조금 완화된 것인지 호텔 격리 1주 + 자가격리 2주 + 능동 관찰 1주를 하면 된다고 한다. 성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 해외 입국자들은 무조건 6주(성에 따라 4주) 격리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가격리는 호텔 격리와 달리 내가 원하는 호텔에서 격리할 수 있고 아니면 내가 구한 집에서 격리를 해도 된다. 가족 이외에는 1인 1실/집이 원칙이라서 혼자 들어가 살 집을 구해야 한다. 다행히 행정실에서 내가 살 집을 구해주어서 주인님과 연락도 하고 호텔 격리 끝나고 바로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도 받았다.
그래도 격리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아예 못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펼쳐지는 곳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는 들어와야 할 선생님도 나가야 할 선생님도 아우성이다. 내가 출국할 쯤에는 중국행 비행기도 점차 끊기고 검사 일정도 점점 빡빡해져서 현지 선생님들께서 많이 불안해하셨다.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잘 입국했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타지이다 보니 언어가 심히 어려워서 한국말만 들어도 너무 반갑고 든든하고 그런 마음이다. 무엇보다 현지에 계신 선생님들이 정말 세심하게 열심히 도움을 주셨다. 다들 타지에 오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었고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들어오면서 받은 은혜를 잘 새겨서 내년에 오시는 분들께 꼭 도움이 되리라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자가격리 중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넷플릭스, 이북이다. OTT 서비스는 티빙은 안 되어서 아웃이고 넷플릭스는 잘 되어서 VPN 틀고 열심히 보았다. 하지만 이것도 곧 지겨워서 요즘은 리디 페이퍼 프로로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서점은 리디북스, 예스24, 도서관은 북큐브 인데 리디북스의 경우 홈페이지 접속도 원활하며 다운로드도 편하고 무엇보다 7.8인치 리디 페이퍼 단말기로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리페프를 루팅 해서 예스24도 깔고 북큐브도 깔아 두었지만 외국이다 보니 와이파이 접속도 까다로워서 가장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예스24는 원래 북클럽 회원이라 한국에서는 애용했는데 홈페이지 접속도 VPN을 써야 하며 다운로드도 너무 느려서 해지해버렸다. 책은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달리 한번 다운로드하면 안정적으로 몇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좋은 소일거리인 것 같으니 자가격리 준비하는 분들은 되도록 책 서비스에 가입해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광고 같지만 리디북스가 그나마 해외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해외 접속이나, 해외 카드 결제 등)가 잘 되어 있어서 추천한다. 한국과 중국 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싶은 분들은 아마존 킨들을 추천한다. 아직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내가 출국하기 일주일 전쯤에 아마존 코리아에서 킨들 페이퍼 3을 정식으로 전파 등록을 했다. 아마 올해 2-3월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 같다. 그러니까 킨들 하나면 미마존, 중마존, 일마존에 이제는 한마존까지 이용이 가능하다.(물론 각각 다른 계정이라 한번에 책장에 불러올 수는 없다) 나도 킨들 보이지가 있는데 잘 사용하지 않아서 출국 전에 팔려다 이 정보를 전해듣고 중국까지 가져왔다. 하이센스A5가 있어서 웬만한 이북 서비스는 다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북은 전용 단말기로 보는 게 가장 좋다.
인터넷으로 국경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몸이 멀어지면 소소한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기간일수록 더더욱. 물리적인 움직임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지금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과거 중세 시대에는 감염병이 돌면 정말 어떻게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 시대에 국경을 넘을 때 선비들이 책을 엄청 읽고 싶었을 텐데 그건 어떻게 지고 갔을지도 궁금하다. 그래도 수천 원의 책들을 서버에서 다운만 받아서 보면 되고 말은 많아도 백신도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나 말고도 자가격리하시는 분들이 많은 텐데 다들 건강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잘 때우기 바란다.